올 5월 '성남 시스템반도체 아카데미' 출범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등 업계가 주도
성남 거주 청년 재교육 통해 R&D 인력 양성
“정부 정책 총괄할 컨트롤타워 필요해”

인력난 골머리 앓는 시스템반도체 업계…직접 인재 양성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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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선다. 청년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R&D) 인력을 자체적으로 키워 수급하는 방식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발 벗고 자구책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시스템반도체 인력난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인재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러 관계 부처가 개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은 올 5월 가천대학교에서 ‘성남 시스템반도체 아카데미(가칭)’ 1기를 출범한다. 아카데미는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은 교육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 시스템반도체 업체 취업을 지원한다.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원사들은 커리큘럼 도중 교육생 면담을 통해 채용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채용연계형 프로그램인 셈이다. 성남시는 프로그램 운영 자금을 지원한다. 성남시는 1기 운영 성과에 따라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기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카데미 1기는 약 30명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내 교육 과목은 총 11개다.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반도체공학회 등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 교육 커리큘럼을 짰다. 과목당 교육 시간은 48시간으로 잠정 확정됐다. 성남시에 거주 중인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반도체 관련 전공생이 아니어도 무관하다.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은 교육생 선발시 직장인보다 대학교 4학년 등 취업준비생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판교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를 방문해 모빌린트의 시스템 반도체 솔루션를 살펴보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판교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를 방문해 모빌린트의 시스템 반도체 솔루션를 살펴보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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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기획…인력난 '심각'

아카데미는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등 민간업체 주도로 기획됐다.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은 중소·중견 시스템반도체 업체 약 70곳을 회원사로 둔 단체다. 이처럼 업계가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선 배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인력난에 있다. 정부의 인력 양성 정책이 시장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시스템반도체 인력난은 심각하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R&D 관련 학부·대학원생은 매년 약 2000명씩 배출된다. 업계 추산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약 4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도체학 전공 석·박사 전공 졸업생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연 평균 60여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시스템반도체 업체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직접 교육해 R&D 인력으로 키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인력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신입직원 채용부터 대기업에 밀리고 인력 유출도 비일비재하다.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A사에서는 이달에만 R&D 인력 3명이 LG전자 등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A사 대표는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지만 대기업의 인력 탈취도 만만치 않다”면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시스템반도체 업체에서 일했다고 하면 기존 연봉은 물어보지도 않고 1000만~2000만원을 더 얹어주겠다며 스카우트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경기 성남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 열린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 앞서 EDA설계툴 시연을 보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경기 성남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 열린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 앞서 EDA설계툴 시연을 보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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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은 ‘스팟성’…“사령탑 필요”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스템반도체 정책은 2~3년짜리 ‘스팟성’ 정책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최소 5~10년의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정책을 설계해야 하지만 관계 부처 대부분 단기적 성과를 내는데 초점이 맞췄다는 지적이다.


정책 담당자의 전문성도 걸림돌이다.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각 부처 과장급 인력의 근무기간은 평균 2~3년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스템반도체 정책을 담당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과의 경우 최근 3년새 과장급 인력이 2번 이상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장에서 기업과 함께 정책을 실행하지만 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과장급 인력이 2~3년의 근무기간 동안 실적을 낼 수 있는 세부 과제에만 집중한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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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중 하나로 컨트롤타워 구축이 꼽힌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가 모인 태스크포스(TF) 등이 관계 부처의 시스템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방안이다. 컨트롤타워를 통해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로 흩어진 시스템반도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담당자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1세대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넥스트칩의 김경수 대표는 “업계에서 10년 이상 몸담은 전문가 풀(pool)로 구성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이 3개 부처의 시스템반도체 관련 과제를 모니터링 해야 하는 비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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