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상화된 재택근무, 시민들 저렴·쾌적한 외곽 이동
美 대도시선 일손부족 현상, 英 사무실 복귀로 중심가 주택가격 상승
국내 일부 지역에선 점포 공실 대규모 발생…중장기적 변화 예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지 2년이 돼가고 있다. 백신 개발 성공에 따라 조만간 극복이 가능하다고 전망되었지만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박멸과 소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여러 나라는 나름의 방식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를 조심스럽게 실험한다. 과거로의 복귀와 회복이 아닌 새로운 질서와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맞이하는 도시의 모습은 국가와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1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있으나 실업자는 840만 명에 이르는 묘한 상황이 계속된다. 원인은 대도시에서의 인구유출이다. 재택근무의 일상화에 따라 통근의 부담이 없어진 시민들이 저렴하고 쾌적한 외곽으로 이동한 뒤 도시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도시의 일손이 부족해진 것이다. 반면 인구밀도가 낮은 주의 경우 최근 인구가 증가하고 고용률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 기업들이 재택근무의 종료를 선언하고 사무실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있으나 근로자들은 순순히 이러한 결정에 따르지 않는다. 이직 또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택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런던의 경우 상위 5~10%에 해당하는 고가주택 가격이 2분기 연속 상승하면서 도시 활동의 정상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2014년의 인지세 및 토지세 인상, 그리고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런던 중심의 고가주택 가격은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해 협소한 도심 주택 대신 교외의 넓은 주택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다. 하지만 다수 기업이 사무실 근무로의 복귀를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최근까지 공원 또는 녹지공간을 우선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교통의 편의성을 우선시하고 있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에도 이전까지 지속하던 주택가격 상승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 2분기 독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9% 상승했는데, 이는 2000년 시계열 조사가 시작된 뒤 최대 증가 폭이다. 전국적인 상승추세 속에서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등 7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14.7%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낮은 차입비용, 활동감소에 따른 저축 증가, 더 넓은 공간을 찾는 재택근무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주택구매 여력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사무실로의 복귀가 진행되더라도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경우 주택가격이 아닌 도시경관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공동주택의 발코니는 거의 방치되었으며, 화분으로 장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동제한과 봉쇄조치로 인해 움직일 수 없게 된 사람들은 꽃과 다양한 식물을 발코니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시 정부가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레스토랑과 바에 대해 별도의 세금 징수 없이 도로를 점유할 수 있도록 허가함에 따라 도시의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해 자전거 또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단거리 통학과 통근이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밀라노시는 공원과 녹지를 확충하고 모든 대중교통을 2030년까지 전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해 해외여행의 중단으로 인해 중소도시들은 관광객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해외여행에 지출되던 비용이 국내에 사용되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시설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급속도로 추진됐다. 이와 같은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도시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외곽이전 수요는 계속됐으나 다른 나라와 달리 외곽으로의 인구유출 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재택근무의 제한적 시행, 카페를 비롯한 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업공간의 존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피스 건물에 대한 수요도 계속 유지되면서 대량 공급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도 공실보다는 일정 부분 활력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점포의 공실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다시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용도변경과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이 계속돼 도시의 모습은 중장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여전히 계속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인류는 충격에 적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배달음식의 일반화, 인터넷 구매의 일상화, 재택근무의 활성화라는 변화가 어떻게 도시공간과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인지는 흥미로운 과제이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교통체계와 수단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도시는 의외로 빠르게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 위드 코로나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2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바뀐 인식과 행태에 맞춰 공간을 적절하게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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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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