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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잠복하는 경찰관들…디지털 성범죄 뿌리뽑을까

최종수정 2021.09.24 11:41 기사입력 2021.09.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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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아청법 개정법률 시행
잠복 수사관 40명 디지털성범죄 수사 투입
성착취물 구매·판매 억제 효과 클 듯
"범의 유발" 우려 목소리도
경찰, 위장수사 점검단 운영해 문제점 보완

'텔레그램' 잠복하는 경찰관들…디지털 성범죄 뿌리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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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성범죄는 한동안 자취를 감춘 듯했다. 하지만 이들은 점점 음지로 숨어 들어갔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n번방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텔레그램에서도 당시 문제가 됐던 영상 유포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성착취물 구매·판매 행위도 다른 플랫폼 또는 기존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24일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이 같은 종류의 성범죄 예방과 근절에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상이 아동·청소년에 국한된 만큼 성인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 등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디지털 성범죄 유형인 성착취물 구매·판매 행위를 억제하는 데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운영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단속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피의자 3575명 중 아동 성착취물 등을 구매·소지한 이들은 1875명, 판매·유포자는 1170명으로 대다수가 성착취물 관련 사범이었다.

개정 법률에 따라 경찰이 위장수사를 통해 구매자를 가장, 성착취물 소지·판매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의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판매자는 누가 경찰인지 알 길이 없다. 특히 n번방 등 성착취물 관련 대화방 입장을 위해선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명함 등으로 인증 과정을 거칠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 가상의 신분증을 만들 수도 있게 됐다. 수사의 일환으로 성착취물을 거래하거나 역으로 소지·판매·광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범죄자 입장에선 경찰을 가려내기 위해 거치는 인증 과정이 허사가 되는 셈이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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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전까지 위장수사를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왔다. 대법원 판례상 범죄 의도가 있는 이에게 범죄 기회를 제공해 검거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적법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의 범행을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이에 범죄자를 검거하더라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수사관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몰릴 수 있단 지적이 늘 있어왔다. 그러나 개정 법률에 따라 앞으론 수사관이 고의나 중과실을 제외하곤 형사·징계·손해배상을 면책받을 수 있게 됐다. 수사의 적법성을 사전에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진 않다. 수사기관이 적게라도 범법 행위에 가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만큼 수사에 사용되는 성착취물이 어떤 형태인지 등에 따라 논란이 될 여지도 남는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착취물을 수사 도구로 사용할 순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이 같은 상황에 맞춰 위장수사 승인·허가절차, 국내외 수사사례 등을 담은 일종의 매뉴얼인 ‘위장수사 지침서’도 제작해 배포했다.


적극적인 수사가 오히려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의 범행을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아동 성범죄자를 잡고자 직접 아동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의 방식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점검단’을 운영해 위장수사 시행에 따른 이 같은 문제점 및 보완 사항 등을 점검하고 위장 수사관 인력을 점차 보충한다는 방침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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