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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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을 상징하는 말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이 있다. 양국 간 갈등을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흥 국가인 아테네와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의 전쟁에 비유한 것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 패권국인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으면서 발생하는 긴장을 뜻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촉발된 갈등이 최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5G·6G, 바이오헬스 등 기술 분야의 패권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기술패권 유지를 위해 혁신경쟁법 중 ‘Endless Frontier Act’를 통과시켜 첨단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은 인공지능, 양자, 우주 등 7대 기술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를 발표하는 등 강력한 기술자립 전략으로 반격하고 있다.


날로 심화하는 기술패권 경쟁은 도전적 연구의 상징인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 연구개발 전문기관인 DARPA는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1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1958년 창설됐다.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ARPAnet)부터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Siri), 그리고 최근의 mRNA 백신까지 첨단 전략기술의 상당수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기인했다. 또 양자암호통신 기술도 2000년대부터 연구해 현재 미국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ARPA의 성공 배경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발굴·선정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매니저(PM)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경진대회 등 기존 연구개발 방식과 다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을 장려하는 차별화된 연구지원체계가 있었다. DARPA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러한 혁신적 연구개발 모델은 정보기술, 기후변화 등 미국 내에서의 확산을 넘어서 최근에는 일본(문샷 프로그램), 독일(SPRIN-D)등 주요 기술 강국들도 자국 시스템 맞춤형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국제특허출원 수 세계 4위, SCI논문 수 세계 12위 등 연구 성과의 양과 질에서 괄목할 성과를 만들어냈으나, 산업·안보에 파급효과가 큰 혁신적 기술의 창출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장에서는 주요 원인으로 기존의 기획·관리·평가 방식으로는 도전적인 연구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중심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고, 경직적인 연구제도로 인해 환경이 변화할 경우 목표 변경이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혁신적 기술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는 기존의 ‘성공’을 위한 연구개발체계에 더해 ‘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체계를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도전적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작년 12월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했다. 경쟁형·포상금형 연구개발, 목표수정 허용(Moving Target) 등 유연한 연구관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첨단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DARPA 방식’의 연구지원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 세계의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첨단 전략기술이고, 이것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적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한국형 DARPA 구축’을 통해 도전적 연구개발이 범부처 차원에서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생존과 안보에 파급력이 큰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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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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