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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나폴레옹의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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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년, 영국의 정치풍자 만화가 제임스 길레이가 그린 나폴레옹 풍자화. 당시 영국의 윌리엄 피트 수상(왼쪽)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오른쪽)가 지구를 양분하는 모습을 그렸다.[이미지출처= 미 워싱턴대 디지털도서관]

1805년, 영국의 정치풍자 만화가 제임스 길레이가 그린 나폴레옹 풍자화. 당시 영국의 윌리엄 피트 수상(왼쪽)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오른쪽)가 지구를 양분하는 모습을 그렸다.[이미지출처= 미 워싱턴대 디지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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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806년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에 따라 모든 영국산 제품들은 유럽으로의 수입이 금지됐지만, 한가지 예외 품목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국에서 발간된 신문들이었다. 나폴레옹은 당시 아침마다 런던에서 수입된 신문을 훑어가며 자신에 대한 유럽 내 여론과 비판기사들을 읽으며 정책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당시 파리에도 신문이 존재하긴 했지만, 나폴레옹의 강력한 검열정책으로 인해 소수 어용매체만 남고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70여곳에 이르던 파리의 신문사들은 나폴레옹의 집권 이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해 1806년에는 4개의 관영매체를 제외하고 모두 폐간됐다. 영국 신문의 신랄한 비판기사들은 프랑스 신문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나폴레옹 자신도 여론의 향방이 궁금하면 영국 신문을 구해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에 매우 민감했던 지도자인 나폴레옹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되는 기사만 나오면 모두 가짜뉴스라며 해당 신문사를 폐간해야 한다고 펄펄 뛰곤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전쟁터에 나간 상황에서도 조제프 푸셰 경찰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나를 비판하는 신문사는 영국에서 뒷돈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며, 그런 신문사들의 윤전기를 끌어내 박살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푸셰 장관은 그의 소원대로 나폴레옹의 정책에 무조건 찬사만 바치는 어용 신문사들만 남겨놓고 모두 없애버렸지만, 나폴레옹의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자신이 세운 정책의 부작용이나 수행 중인 전쟁에 대한 여론을 전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자신의 수하들이나 시민들이 뒤에서 자신을 비판할지 모른다는 편집증적인 모습까지 보이게 됐다고 한다.


결국 1811년, 나폴레옹은 러시아원정을 떠나기 전에 프랑스 내 모든 출판·저작물을 국가 허가 없이 발행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켜버렸다. 이와 함께 프랑스 각지에 비밀경찰까지 풀어 자신에 대해 비난하는 자들은 모두 즉결 처형시켰다. 이로 인해 프랑스의 전 국력이 동원된 러시아원정은 어떠한 정책적 검증도 없이 나폴레옹의 독단으로 이뤄졌고, 끝내 그의 몰락을 불러왔다.

신문 검열과 얽힌 나폴레옹의 몰락 일화는 이후 모든 국가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중요시하게 된 계기가 됐다.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는 정권은 아무리 강한 힘을 갖고 있더라고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언론징벌법’을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이 나폴레옹의 검열을 거울로 삼아보길 바라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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