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경심 부탁 받고 '증거은닉' 김경록 PB 징역형의 집유 확정
지난해 12월 23일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57·수감 중)의 부탁을 받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은닉해준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39)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8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경심의 주거지에서 하드디스크들을 건네받아 이를 피고인이 가져온 승용차에 보관한 시점에 증거은닉죄의 기수가 성립하고, 이후 피고인이 승용차와 헬스장 개인 보관함에 은닉한 하드디스크 3개 및 컴퓨터 본체가 수사기관에 최종 제출된 시점에 증거은닉죄의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가 종료됐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증거은닉죄의 성립,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고객들로부터 투자자산을 일임받아 운영하는 PB(Private Banker)로 일하던 김씨는 2014년부터 정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아 오며 정 교수 부부와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8월 9일 정 교수의 남편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자녀들의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비리, 웅동학원 비리 등이 불거지며 같은 달 27일 검찰은 부산대학교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사무실, 웅동학원 등 관련 장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검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2019년 8월 28일 정 교수의 연락을 받고 정 교수의 집을 찾아간 김씨는 정 교수로부터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들을 교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정 교수가 준 신용카드를 이용해 남부터미널 인근 전자상가에서 하드디스크 2개를 구입해 와 정 교수 자택 서재에 있던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줬다.
또 김씨는 같은 달 31일 정 교수로부터 '동양대 교수실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빼서 서울에 가져와서 보고 싶으니 하드디스크를 챙겨서 집으로 와라'는 연락을 받고 정 교수의 자택으로 찾아가 정 교수로부터 자신이 앞서 떼어낸 2개의 하드디스크 중 1개와 정 교수의 아들 컴퓨터에 설치돼 있던 하드디스크 2개 등 총 3개의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아 자신이 타고온 여자친구 명의의 캐딜락 승용차에 보관했다.
김씨는 같은 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 정 교수와 함께 자신의 승용차로 경북 영주시에 있는 동양대의 정 교수 연구실에 찾아가 정 교수가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교체를 시도하다, 준비해 간 하드디스크의 크기가 맞지 않고 건물 출입문이 닫힐 시간이 되자 정 교수로부터 '컴퓨터 본체를 통째로 들고 가 용산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컴퓨터 본체를 통째로 들고 나왔다.
이후 김씨는 검찰 조사를 앞둔 2019년 9월 9일 정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하드디스크 3개를 자신이 다니던 헬스장 개인 보관함에 숨겨뒀다가 3일 만인 같은 달 11일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PC 분해사진’을 발견하고 추궁하자 임의제출했다. 자신의 승용차에 보관했던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 본체는 같은 해 9월 3일 정 교수에게 반환했다.
앞서 1심은 김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경심에 대한 형사사건과 관련된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숨겨뒀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해 수사에 협조한 점과 은닉한 하드디스크나 컴퓨터 본체에 저장돼 있던 자료들을 삭제하지 않은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에 대해 김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했다.
김씨는 정 교수 자택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교체와 연구실 컴퓨터 본체 은닉은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하는데 동일한 고의에 의한 포괄일죄로 본 것은 잘못이며, 이후의 보관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봐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의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은닉한 3개의 하드디스크와 1대의 컴퓨터 본체에는 정경심의 딸과 아들의 인턴십 확인서, 아들의 동양대 총장 상장, 정경심이 동생과 주고받은 코링크PE 관련 카카오톡 대화 등 중요한 증거가 다수 있었던 만큼 피고인의 행위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하여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투자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주요 고객인 정 교수를 담당하는 자산관리자였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나이 등에서 훨씬 열세에 있었던 이유로 정 교수의 지시나 요청에 적극적으로 따랐던 사정과 범행의 수단과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거나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1심의 양형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선고된 1심에서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된 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지시(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 교수 본인이 직접 범행을 실행한 만큼 교사범으로 볼 수 없고 김씨와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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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을 때 성립한다. 즉 자신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직접 은닉한 경우 증거은닉죄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라도 타인을 시켜 은닉하도록 한 경우 증거은닉 교사죄로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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