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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 홈코노미와 주거의 미래

최종수정 2021.04.09 15:15 기사입력 2021.04.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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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 홈코노미와 주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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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집의 재발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사람들의 활동 공간은 집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일하고, 수업하고, 쇼핑하고, 오락을 즐기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는 등 많은 일상생활이 집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집은 안식처와 주거 공간을 넘어 기능이 확대되고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집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중심 공간이 되며 홈코노미(Home+Economy) 또는 재택경제(stay-at-home-economy)라는 새로운 시장도 커졌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찾아 즐기는 ‘집콕’, ‘홈족’ 생활이 새로운 트랜드로 등장했다. 홈코노미 시장은 음식배달, 홈엔터테인먼트, 일상용품 구매, 가전 렌털, 홈케어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홈족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는 집에서 직접 해먹는 요리나 가정 간편식 등 홈푸드였고, 홈뷰티, 홈퍼니싱(가구 구입 및 집 꾸미기), 홈카페(커피 메이커 세트), 홈트레이닝(운동), 홈엔터테인먼트(비디오 게임, 비디오 스트리밍 시청) 순이었다. 이는 집이 가사노동이나 잠보다는 여유로움과 휴식 등의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집의 기능이 확대된 건 이를 뒷받침하는 비대면 기술과 서비스, 즉 디지털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편리함,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D2C(Direct to Customer)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소셜 미디어, 원격작업 도구, 디지털 교육은 2008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부터 확대됐다. 이런 흐름이 코로나19를 맞이해 ‘언택트(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폭발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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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족 증가에 IoT 제품 각광…경제활동 공간으로 변모한 ‘집’

특히 유통업은 명암이 뚜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수십년간 유통산업을 대표해온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전통 유통사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성장 기회를 맞이한 곳들도 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더불어 번잡한 곳을 피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곳은 주거지에서 가까운 소규모 편의점과 가게였다. 근거리 쇼핑 선호도가 높아지자 편의점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편의점들은 공공요금 수납, 현금 인출, 휴대폰 충전 서비스 등 기존 서비스를 넘어 배달, 보험 판매, 무인 복합기 등 신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점포를 작은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상품을 로봇이 배송하는 이색 서비스도 등장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주목을 받은 분야는 스마트홈 제품이었다. 특히 가정용 서비스 로봇 등이 주목을 받았다. 스스로 물체의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으며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 집안일을 돕는 로봇이 등장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식재료를 구매한 뒤 사용자가 선택한 조리법에 맞는 조리 모드나 시간, 온도 등을 스마트 오븐에 자동 전송하고 개인 성향에 맞춰 요리를 도와주는 제품도 있었다. 스트레칭, 요가 등의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받아 TV에 연결된 카메라로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스마트홈 제품들이 가정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해주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점점 더 집에 머무르는 기간은 물론 집과 집 근처를 중심으로 한 소비 및 여가 활동도 늘어날 것이다. 로컬의 재발견이 이뤄지며 로컬 중심의 생활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집이 경제 활동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줌(Zoom) 등 온라인 화상회의는 물론 다양한 협업 어플리케이션이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정착하며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가 조화를 이루며 병행하는 관행이 정착될 것이다. 구글은 2일 정도는 사무실에서 회의 등의 업무를 보고 3일 정도는 집이나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SKT와 롯데쇼핑 등이 직원들의 주거지 인근에 분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미래의 주거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사진 = 아시아경제DB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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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중요성 사라지는 시대…도심보다 자연환경 중요성 높아질 것

사실 인류의 역사로 볼 때 집, 거주지는 경제 활동의 중심 공간이었다.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이래 약 30만년 중 97%의 기간 동안 인류는 수렵 채집인의 소규모 또는 확대된 가족 내에서 돌봄과 식량 조달의 경제 활동을 했다. 약 1만년 전 중동에서 시작된 농경 시대는 인류 역사의 약 3%에 불과하고 경제 활동은 가족을 포함한 집단 영농, 상업으로 확대됐다. 지난 2세기의 산업 시대, 주거지와 직장이 분리된 기업의 시대는 호모 사피엔스 역사의 약 0.06%에 불과하다.


산업 시대의 생산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한다. 규모의 경제, 대규모 기업이 유리한 시대였다. 지금은 맞춤형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모든 분야의 개인 소비 생활이 가능해지고 있다. 기업도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소규모 조직으로 분화되고 1인 기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경제 활동이 인터넷,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며 일하는 장소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이 밀집된 대도시에서 기업이 떠나고 직원들은 기업의 사무실을 떠나 일을 하는 추세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는 이같은 흐름을 가속화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은 인구 밀도가 낮고 더 큰 공간의 집을 찾아 도심을 떠날 것이다. 대형 쇼핑몰, 병원, 문화시설이 있는 위치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더 쾌적한 자연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쇼핑, 업무, 오락 등이 온라인으로 해결되며 온라인으로 얻을 수 없는 요소들이 공간과 위치를 선택하는데 있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국가를 부동산 광풍으로 뒤흔든 수도권의 주택난은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의 더 짙은 어둠이 아닐까.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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