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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블록체인 '업(業)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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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블록체인 '업(業)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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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진에게 항상 강조했다는 '업(業)의 본질'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지금 하는 일의 본질과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업의 방향과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보험업은 사람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고, 증권업은 상담을 하는 것이 핵심이며, 시계는 패션산업, 백화점은 부동산업, 호텔은 장치산업, 가전은 조립양산업, 반도체는 양심산업이자 시간산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업의 개념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의 근간으로 삼아 실천해 나갈 때 해당 사업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마도 소수의 기관 또는 사람에게 집중된 관리ㆍ통제 권한의 분산, 즉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일 것이다. 사실 이런 탈중앙화의 개념을 블록체인이 최초로 제안한 것은 아니며, 1970년대부터 이미 많은 학자들이 구성원들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탈중앙화 기술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기존 탈중앙화 기술의 경우 합의에 참여할 사람들이 선거인명부처럼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했던 반면, 블록체인의 경우 합의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에 제한이 없으며 언제든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합의 과정에 참여하거나 빠지는 것이 가능했다. 이를 우리는 '비허가형 합의' 또는 '나카모토 합의'라고 부르며, 이런 자유로운 참여나 탈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탈중앙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근간에는 바로 비트코인을 통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다 더 정확한 블록체인 업의 본질은 '비허가형 합의에 바탕을 둔 탈중앙화'라고 봐야 할 것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기에 항상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의 블록체인 산업은 이러한 업의 본질을 잘 지키고 있는가?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를 비롯해 디지털뉴딜과 관련해 추진 중인 7대 분야(온라인 투표, 기부, 사회복지, 신재생에너지, 금융, 부동산거래, 우편행정) 블록체인 사업 그리고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업들이 '허가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 허가를 내주는 주체가 있다는 건 곧 그 네트워크 자체가 일정 부분 중앙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를 목표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굳이 블록체인을 쓰지 않더라고 기존 기술을 활용해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기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명분을 찾기도 힘들다.

물론 블록체인마다 용례가 다를 수 있으며, 이용 사례에 따라 탈중앙화 수준을 다르게 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비허가형 합의에 바탕을 둔 탈중앙화 기술을 개발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확장성과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점 또한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업의 본질을 망각한 채 무늬만 탈중앙화인 흉내내기식 사업,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렵지 않은 고만고만한 난이도의 사업만이 난무하게 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블록체인의 변방에만 머물게 될 뿐이다. 블록체인 업의 본질에 대한 우리 정부과 관련 산업계의 진정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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