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과당의 그림자 "암 전이 촉발"
과당 - KHK-A - 유전자 조절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로를 밝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과일이나 꿀처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 맛을 내는 물질인 과당의 숨겨진 그림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동물 실험을 진행해 보니 과도하게 과당을 섭취하게 되면 암 전이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과당의 섭취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당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박종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와 유방암 이식 생쥐 동물모델을 이용해 과당에 의해 억제된 유전자의 발현이 암 전이를 촉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관련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실렸다.
과당을 대사하지 않는 효소의 비밀
이번 연구는 과당의 섭취가 암 전이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과당의 과다한 섭취는 대사질환을 일으키거나,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의 여러 암의 발병과 진행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뿐이었다. 과당은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사용되지만 비만, 지방간, 당뇨병 등 여러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설탕 역시 체내에서 과당으로 분해된다.
연구팀은 과당을 대사시키는 효소(KHK-C)와 구조적으로 상당히 유사하지만 과당을 대사시키지 않는 과당인산화효소(KHK-A)에 주목했다. KHK-C는 간, 신장, 소장 등 대사 기관에만 분포하는데, 과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KHK-A가 모든 장기에 분포해 있으며 그 역할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 것이다.
과당 과다하게 섭취한 쥐에서 암 전이
연구팀은 유방암에 걸린 생쥐를 통해 KHK-A의 비밀을 밝혔다. 과당을 섭취한 생쥐 중 KHK-A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암 세포가 이식된 생쥐에게서 암 전이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 전이의 과정도 밝혀냈다. 과당이 세포질에 있던 KHK-A를 세포핵 안으로 이동시키고, KHK-A가 세포핵 속의 단백질인 YWHAH를 인산화하고, 인산화된 YWHAH가 전사인자 중 하나인 SLUG와 결합해 활성화 된다. 이 SLUG는 암억제유전자인 CDH1의 프로모터에 결합해 전사를 억제하게 되고, 그 결과 암세포의 이동이 촉진돼 암전이가 발생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복잡한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KHK-A가 세포 핵의 단백질을 변형시킨 결과, 최종적으로 암 억제 유전자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암세포가 여기저기로 퍼진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왕성하게 증식하던 일부 암세포가 기존에 존재하던 암 조직을 이탈, 혈관으로 진입하면서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는 데 이 과정은 세포와 세포를 이어주는 접착단백질이 감소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실제 KHK-A에 의해 세포 내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돌연변이 단백질(YWHAH)을 가진 생쥐모델에서는 과당의 과도한 섭취에도 불구하고 암전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암 환자 대상 임상 필요
연구팀은 과당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특히 암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임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 측은 "이번 연구 성과는 15% 가량 과당 혼합물을 이용해 생쥐 모델에 적용한 결과"라며 "실제 암 환자가 영양 보충 과정에서 과당이 함유된 식단을 이용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과당 섭취가 적당한지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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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연구는 암의 진행을 멈추기 위해 환자에게 어떠한 음식을 권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며 "아마도 지나치게 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KHK-A가 단백질을 인산화 하는 것을 규명했는데,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암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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