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우울' 넘어 '분노' 표출
코로나에 멍든 청년층…상반기 '고의적 자해' 35.9% 증가
전문가 "불안감이 비난·갈등으로 이어져"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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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코로나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요. 화가 나네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넘어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이른바 '코로나 레드'를 호소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제약된 데다 방역에 비협조적인 일부 시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분노·공포 등의 심리상태가 나타나게 된 셈이다.

특히, 일부 20·30세대는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해까지 하는 등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스트레스가 폭력 등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심리적 방역을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질병에 대한 주된 감정이 '불안', '우울', '공포' 등이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25~28일 만 18세 이상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냐'는 질문에 '분노'라고 응답한 비율이 8월 첫째 주 대비 11.5%→25.3%로, '공포'라는 응답이 5.4%→15.2%로 각각 2배 이상 증가했다.


선택한 감정을 느낀 이유나 계기를 적어달란 개방형 질문에서 '분노'를 선택한 응답자는 ▲ 비협조 ▲ 집단 이기심 ▲ 8·15 집회 ▲ 사랑제일교회 ▲ 정부의 안일한 대책 등을 꼽았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검사나 마스크 착용 지시에 불응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관련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관련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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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27)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을 못 하다 보니 처음에는 우울했다. 집에 있어도 갇힌 것 같았고, 지인들과 놀 수도 없으니까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다가도 방역지침을 못 지키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서 또 재확산 되다 보니 이제는 화가 난다"면서 "마스크 착용이 그렇게 어렵나. 방역지침만 제대로 지키면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는데, 아직도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도 방역수칙을 어기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제주시 한 종합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행패를 부린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고, 지난 9일에는 한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파출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다 보니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이른바 '방역 민폐족'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권모(26)씨는 "하반기 취업을 위해 이제껏 달려왔는데 계획이 전부 다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모든 계획이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다 엉켜버렸다"면서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도 보기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방역을 방해한 이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장위전통시장 입구에서 성북구청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장위전통시장 입구에서 성북구청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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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같은 청년층은 지속되는 코로나19에 취업 기회마저 강제로 박탈당하면서 우울감과 분노 등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107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792건)보다 3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진료 건수는 80.5%, ▲30대는 87.2% 늘었다. 이어 ▲60대 69.2% ▲50대 37.6% ▲40대 32.3% 등으로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폭력 등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다 보니 사람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불안은 비난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만과 분노도 동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 과한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며 "분노나 비난을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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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청년층의 무기력함 등에 대해선 "취업난은 과거부터 문제가 돼왔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년층은 시험을 볼 기회마저 없어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라면서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젊은층은 무기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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