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 정단원 박경민 인터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베를린 필은 연주자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조화로운 하나의 소리로 만들어낸다. 베를린 필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비올리스트 박경민(29)은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 필) 정단원이 됐다. 베를린 필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오케스트라의 양대 기둥으로 꼽힌다. 지난 29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경민은 연주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준다는 점을 꼽으며 베를린 필이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보통 오케스트라에서는 연주자가 튀면 안 된다, 도드라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베를린 필은 반대다. 연주자 각자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수습 단원 때도 개성 없이 얌전히 연주하는 것을 오히려 안 좋아하더라. 베를린 필처럼 연주자 개성을 살리면서 소리를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없다. 빈 필도 물론 훌륭한 오케스트라지만 빈 필만 해도 연주자 각자의 개성이 보이기보다는 오케스트라로서 하나로 뭉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베를린 필은 각자가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면서도 소리를 하나로 만들어내는 테크닉이 굉장히 뛰어나다."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에투알클래식 제공, (c) 강태욱]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에투알클래식 제공, (c) 강태욱]

AD
원본보기 아이콘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지난해 11월 베를린 필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아직 빈 필 무대에는 서지 못 했다. 쿠렌치스는 신들린 몸짓과 파격적인 해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클래식계에서는 쿠렌치스가 빈 필 무대에는 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경민도 어느정도 동의했다.


"빈 필이 워낙 보수적인 단체다. 빈 필은 본인들 전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쿠렌치스가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휘를 선보이기 때문에 빈 필 기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긴 할 것 같다."

개성을 존중하는 베를린 필의 문화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베를린 필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들어오고 나서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다양한 지휘자들을 경험하면서 음악적인 시야도 넒어지고 폭도 깊어졌다. '아! 정말 복받았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박경민은 쿠렌치스에 대해서도 "베를린 필 단원 중에서도 그를 좋게 받아들인 사람, 안 좋게 받아들인 사람으로 나뉘었다"며 "베를린 필이 다시 쿠렌치스를 부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왔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경민은 13살 때 홀로 유학을 떠나 처음 빈에 정착했다. 빈에서 5년을 보낸 후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5년 동안 빈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더 큰 도시에서 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고 싶어서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처음 빈으로 유학을 간 것은 그냥 어렸을 때 경험을 쌓아보자는 차원이웠다. '비올라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 '평생 하고 싶다' 생각이 든 것은 베를린으로 이사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베를린으로 가면서 베를린 필이라는 목표도 생겼다."


베를린으로 옮겨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입학하자마자 베를린 필 연주에 객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베를린 필 비올리스트 단원인 스승 발터 퀴스너의 추천 덕분이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부터 퀴스너 선생님이 저를 좋게 봐주셨다. 나이도 어리고 어린 나이에 비해 잘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지금은 스승과 베를린 필 동료가 됐다.


박경민은 2008년 객원 연주를 시작으로 몇 차례 객원 연주에 참여했고 2018년 1월 오디션을 통과해 1년8개월간 수습단원을 거쳐 정단원이 됐다. 첫 회의 때 정단원이 됐음을 가장 절실하게 느꼈다. "수습단원은 오케스트라 회의에 들어가지 못 한다.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되는 내용도 있기 때문이다. 회의는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참석한다.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에투알클래식 제공, (c) 강태욱]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에투알클래식 제공, (c) 강태욱]

원본보기 아이콘

베를린 필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만큼 오랜 시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 않았을까?


"멀리까지 생각하는 성격도, 미리 걱정하는 성격도 아니다. 하루하루 눈앞에 당장 주어진 일들을 해결하면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베를린 필 목표를 달성했으니 안주하게 되고 목표의식도 희미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박경민은 단호히 "정반대"라고 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것이 너무 많다. 한 번도 일처럼 느껴진 적이 없다. 지겹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보장이 돼 있으니까 앙상블로, 솔리스트로 활동을 자주 하고 싶다. 밸런스 잘 유지해가면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다."


이제는 연주 그 자체가 목표가 된듯 했다. "종신 단원이니까 잘릴 일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베를린 필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계속 잘 해야 하고, 베를린 필이라는 최고의 단체에 오랫동안 있으면서도 다들 더 잘 하고 싶어하고 욕심도 많다. 그래서 저도 계속 도전받는 느낌이 든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AD

박경민은 오는 8월3일 용산구 주한독일문화원서 온라인 콘서트를 한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와 함께 브람스의 '피아노와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이미 지난 26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연주를 마쳤다.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 베를린 필 정단원이 된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연주회를 했다. 박경민은 "한국에서의 다음 공연도 내년 여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