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시장에서 '역대급'이라고 평가받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017년 5월19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발표된 스물 두번째 대책이기도 하다. 매번의 메세지는 간결하고 한결같다. 갭투자를 하지 마시오. '집은 사는게(buy) 아니라 사는(live)곳'이므로,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해 차익을 보는 행위는 시장을 교란하는 '사회악'이오.
발표 내용의 방향 역시 하나다. 돈줄(대출)은 조이고, 고가 또는 다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물린다. 각종 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집을 사고파는 번거로움의 강도는 높인다. 음악으로 치면 규제 크레센도(crescendo, 점점 세게)다.
그렇다면 그간의 대책은 실효를 거뒀을까. 정부의 목표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서울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봤을 때 앞선 스물 한 번의 시도는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6억625만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3년만인 올해 5월 기준 9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중위매매가격은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속칭 1급지라고 알려진 곳들을 보면 더 현실적인 이해가 가능한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의 가격은 이 기간 12억원에서 19억원까지 올랐고, 국내에서 가장 비싼 신축 아파트로 알려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는 같은 기간 18억원대에서 26억원대로 치솟았다. 분양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3.3㎡ 당 984만원 하던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1215만3900원이 됐다. 서울로 공간을 좁혀보면 3.3㎡ 당 분양가는 2707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아파트를 사고 판 사람들은 대체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출 한도가 작아지면 작아지는대로 최대한 자금을 마련해 샀고, 당장 팔고 싶지 않으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서 정해진 폭(연 5%)까지만 임대료를 올렸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집을 매매해 자산을 불려보고 싶은 사람이나, 아직 집이 없지만 이왕이면 값이 오를 곳에다가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나 모두 정부의 투기몰이에 자꾸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급기야는 무인도인 인천 실미도까지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는 웃지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규제 크레센도에 따른 풍선효과로 전세가격까지 요동치자 여당의 한 의원이 기존 발의됐던 개정안을 그대로 가져오다가 2014년까지의 자가점유율을 근거로 세입자가 무한히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었던 지난 17일은 문 정부가 출범한지 1126일째 되는 날이다. 이 기간 대책이 제22차까지 숫자를 찍었으니, 51일마다 한 번 씩 발표가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로, 690일이 남았다. 이제까지의 추세로 간다면 정부는 임기 전 열 세차례 더 대책을 만들어 최대 제 35차까지 내놓을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정권 말 예상되는 대책 강도가 '갭투자 시 징역형'이라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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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값이 안정화 돼 다같이 행복하게 잘 사는 유토피아적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자산 양극화나 부의 대물림 같은 사회 현상의 정점에 부동산이 있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만 굴러가지 않는다. 제 35차 부동산 대책이 죄를 묻는 대상에 '당장은 입주를 못하더라도 일단은 집을 사놓고 저축한 돈과 시장 상승분을 더해 언젠간 완납 한 뒤 더 잘 살고 싶은' 복잡 다단한 희망까지 포함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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