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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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의 저자 고(故) 새뮤얼 헌팅턴이 창립한 국제문제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제정치ㆍ경제학자 20인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생각을 실었다. 이들 가운데 4인은 희망을, 4인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와해를, 11인은 비관론을, 나머지 1인은 바뀐 중앙은행의 역할을 점쳤다.


글로벌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세계화는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가장 많다. 팬데믹은 낮은 생산성과 수요로 대침체에 빠졌던 글로벌경제를 대공황 이후 90년 만에 장기침체에 빠뜨릴 수 있게 했다. 글로벌화의 혜택과 비용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 팬데믹은 국민 국가의 존재를 확실히 일깨워줬으며 20세기 말 완성된 세계화의 관에 못을 박았다는 평가다.

정교한 국제분업 생산시스템인 글로벌밸류체인(GVC)이 망가져 큰 손실을 입은 기업은 GVC에 내재된 상호의존성의 위험을 인지하고, 덜 효율적인 대신 안정성이 높은 국내 공급사슬로 대체하려 할 것이다. 진짜 위험은 무역과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주의다. 신흥국도 국제자본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자본을 통제하는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


디지털혁명ㆍ자동화로 20년간 중간기술 일자리는 줄었고 중간임금은 정체됐으며, 소득불평등은 확대됐다. 이 추세는 가속화된다. 소매ㆍ요식ㆍ여행ㆍ관광 등 오프라인 산업은 위축되고 상당수 저임금 업종의 일자리는 경찰소방업무ㆍ물류ㆍ공공운송 등 필수 서비스 직종의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다.

종전 후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된 적은 없다. 그러나 과연 충분한지 확신은 없다. 막대한 빚은 중앙은행이 재주를 부려 해결할 수 없으며 역사는 돈을 찍어내거나 전략적 채무불이행과 같은 극단적 대안을 찾았다. 빚을 세금으로 상환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내핍으로 나타날 때 상황은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역사를 보건대 한 번도 국가 간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대신 갈등을 일으키는 국제정치의 본성만 드러났다. 특히 팬데믹 대처에 실패한 나라일수록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워 국가 간 갈등은 더 깊어진다. 기후변화와 같은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현저히 약화된다. 많은 나라들이 팬데믹 위기가 초래한 국내 문제에 치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실패하는 나라는 늘어나고 미ㆍ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았다.


역사는 팬데믹의 승자가 쓸 것이다. 권위주의 체제가 승리할 때 민주주의의 입지는 좁아진다. 국제기구가 전염병에 대한 더 많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분명히 펜데믹은 약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75년간 국제질서를 이끌어 온 미국의 리더십은 이제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중국의 위상은 중국인들의 자존감을 높여줬다. 팬데믹은 이 변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 할 때 야기될 지정학적 갈등은 미국에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화로 더 빠르게 이동하게 할 뿐이다. 바뀐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60년대 군사정부 시절 대실패로 마감했던 통산정책(통화정책과 산업정책의 결합)을 시행한 적이 있다.


다만 아직 희망은 있다. 인류는 팬데믹이라는 공동의 적과의 전쟁에서 이전투구와 많은 시행착오를 하겠지만 결국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이란 점이다. 어찌됐든 세계는 상호협력을 모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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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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