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위로 뭉게구름 지나간다 버드나무와 감나무 사이로 물까치 떼 오간다


유년 시절 내내 같은 교문을 드나들던 내 친구 종대와 나는 어쩌자고 또 강변 느티나무 그늘에 붙어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유년의 교실과 칠판 낙서와 긴 복도와 벚나무 아래 그네와 풍금 소리까지 죄다 꺼내 놓고 종대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혼자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내 친구 종대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나를 위해 들고 온 도시락, 커피에 얼음까지 챙겨 왔어? 도시락을 다 먹은 종대와 나는 아이스커피를 들고 상수리나무 그늘이 찰랑이는 바위에 올라앉아 강물과 뭉게구름과 물까치 떼를 바라보다가,

빈 도시락이 뛰는 가방을 메고 징거미를 잡으러 가는 소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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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도시락 소풍/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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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은 맛있다. 무조건 맛있다. 종훈이 도라지무침도 두희 햄볶음도 의창이 형 콩자반도 몽땅 우리 거니까, 전부 다 함께 먹는 거니까. 밥 밑에 꼭꼭 숨겨 놓은 형준이 스팸도 매점에서 고이 모셔 온 사발면도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성적표가 나오건 말건 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첫사랑이 또 깨졌건 말건 양푼에다 모두 쏟아 넣고 비비다 보면 미처 다 비비기도 전에 밥풀 하나 없이 호로록 사라지던 도시락. 도시락이 먹고 싶다. 예쁘고 정갈하고 정성스럽고 신선하고… 아니 아니,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맨밥에 숟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친구들이 있으니까! 친구들이 맛있는 반찬 다 싸 올 거니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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