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무늬 수막새 미소는 귀신 퇴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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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에 담긴 미소가 벽사(?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막새는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려고 사용한 둥근 형태의 와당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의 우수한 와당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꼽힌다. 틀로 찍지 않고 손으로 빚어서 만들었다. 왼 하단 일부가 훼손됐으나, 선한 눈 밑으로 살짝 머금은 미소가 아름답다.


윤병렬 홍익대 교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펴내는 계간 학술지 ‘문화재’ 최신호에서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기상천외한 벽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귀면문(鬼面文·건축물 또는 공예품에 부수되는 부분에 괴수 얼굴이나 몸의 형상을 나타낸 문양) 수막새는 대개 사악한 악귀를 내쫓고 집안을 수호하기 위해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다”면서 “얼굴무늬 수막새가 보이는 미소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표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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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진지하지 않고 경박한, 어떤 저의를 품거나 깐족거리는, 꼼수를 부리거나 희희낙락거리는, 달관한 척하는 그런 웃음은 오히려 초자연적 존재자에게 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수막새의 웃음에는 참으로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뼈대 있는 철학이 있고, 모든 부적절한 웃음을 멀리한 이중 삼중의 초월적 속성이 배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미소에는 적대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하겠다는 따뜻함이 함축돼 있다”면서 ‘나는 당신과 적대 관계가 아니며, 당신을 해코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전략이 내포됐다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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