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세계 패권 전망]민생 챙기는 中…대외전략은 '헬스실크로드'
샤오캉사회 실현으로 민심잡기
"일대일로 따라 질병 확산" 비판에 의료품 지원 모색
중국판 마샬플랜 해석도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이것은 인도주의차원의 선물이나 지원이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체코의 즈데니에크 흐리브 프라하 시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의료물자 지원을 이같이 비판했다. 중국의 마스크외교 자체가 세계질서 재편을 염두에 둔 '선심성 지원'이라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은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전 세계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 중국이 지원한 불량품 의료물자 때문에 유럽에서는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이런 분위기 탓에 중국은 세계 패권 경쟁에서 떨어져 코로나19 이후 내부 수습에 당분간 전념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지금 일대일로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며 "중국내 조업재개, 경제 정상화가 현재 가장 큰 이슈인 만큼, 당분간 중국 밖으로 시선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내부수습에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민생과 관계가 깊다. 중국은 지난해 연간 6%의 경제성장률을 간신히 달성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사태가 아니었어도 5%대 성장이 불가피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공산당 상무위 회의에서 "최선을 다해 코로나19가 초래한 손실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고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과 탈빈곤 임무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샤오캉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을 뜻한다. '샤오캉 사회' 건설과 '탈빈곤'은 시 주석의 지상과제다. '조업재개'라는 말이 현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과제와 관계가 깊다.
시진핑 체제 이후 야심차게 추진돼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6년 3월 일대일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체코는 최근 중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대표적인 국가다. 또 이탈리아 등 일대일로 참여국 역시 반감이 크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 때문이라고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CG)의 저우샤오징 연구원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일대일로 전개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자본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외교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달 개최하기로 했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마저 언제 개최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또 베이징에서 열기로 예정됐던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 간 회담도 미뤄졌으며 시 주석의 해외순방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황이다.
대신 일대일로의 개념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바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인프라 투자를 주축으로 한 기존 일대일로 개념에 보건 분야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헬스 실크로드'란 단어를 꺼내들며 "이탈리아와 함께 헬스 실크로드 건설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코로나19 의료물자를 각국에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헬스 실크로드' 띄우기에 나섰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은 지난달 21일 중국 이우에서 있었다. 열차에 의료용 마스크 11만장과 방호복 776만개를 실어 스페인으로 보냈다. 1만3000km를 17일을 달려 도착하는 일정이다. 세계 최장 중국-유럽 실크로드 열차다. 환자들의 생명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이용한 것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한 세계적 위상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6억 vs 4.6억 vs 1.6억…삼성전자 DS부문 '한 지붕...
미국에서는 유럽에 대한 의료품 지원을 '중국판 마셜플랜'으로 비유한다. 미 언론 디플로맷은 중국의 마스크 외교를 언급하면서 "1948년 미국은 러시아에 대응해 서유럽에 1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례를 통해 중국이 세계무대 전면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