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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략비축유 구매 늘렸지만…"타이밍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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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산소호흡기 달아줘서 감사하지만 더 급한 건 현금흐름 확보"
학계 "6개월은 지나야 평가 가능…그때도 불경기면 세금낭비 비판"
정부·공사 10여년간의 뒷북·오판보다 나은 결정이란 데엔 이견없어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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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부가 올해 비축유를 지난해보다 2.4배가량 많은 64만배럴 확보하겠다고 해 정유업계가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타이밍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여년간 반복했던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뒷북' 만큼은 아니지만 산유국이 감산 합의를 하기 직전인 지금보다는 빨리 확보량을 늘려 기업의 현금흐름 확보를 도울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원유 49만배럴, 경유 15만배럴 등 총 64만배럴의 비축유 구매를 추진한다. 산업부가 출자한 예산 314억원이 들어간다. 공사는 제4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총 1억70만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36만배럴을 구매하려다 최근 유가가 낮아져 구매 물량을 계획의 1.8배인 64만배럴로 늘려 조기에 사기로 했다. 비축유는 전쟁이 나거나 산유국과 관계가 나빠져 석유 수입을 할 수 없을 때 국내의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비축창고 건설, 구입비에 대한 이자 지급 등의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보유하는 물량을 뜻한다.

업계는 정부가 일정 물량을 받아줘서 다행이지만 '격한 환영'은 아니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 덤핑을 해도 받아주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급감했는데 그나마 정부가 받아주기로 해 급한 불은 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현금흐름 확보를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정유업계는 대표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S-Oil )의 1분기 영업손실이 증권가의 컨센서스(이익 추정치)인 2조원보다 훨씬 많은 '3조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함께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사의 주 고객인 항공사가 매출채권을 받아주지 않으면 차입금 상환 등에 대한 자본시장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비축유 구매로 이를 덮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것은 다행스럽고 감사하지만 지금 가장 힘든 건 현금흐름 문제"라며 "주고객인 항공사 결제가 뚝 끊긴 상황이라 1분기 실적이 심각하게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가 2분기 이후로 장기화하면 답이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유가가 쌀 때 비축유를 추가 구매하기로 한 정부의 이번 결정이 지난 10여년간보다는 낫다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단,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이번 정책이 정유업계와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경기가 좋아지면 비축유를 싼값에 사둔 게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장기화돼 불경기가 이어지면 괜히 세금만 썼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휘발유 소비 등이 줄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정부의 석유비축유 구매는 정유사 긴급수혈과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정유사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넣어놓을 데가 없는 가운데 정부가 64만배럴이라도 빼주니까 환영하는 것"이라며 "국익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경기가 살아나면 정부가 유가가 쌀 때 비축을 잘 했다고 평가받겠지만, 오랫동안 불경기가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비축유를 굳이 공적자금으로 사들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석유공사는 지난 10여년간 ▲유가를 오판해 약 1조3000여억원의 손실을 냈고(석유공사, 2007·2009·2011·2013·2015년 국정감사) ▲저유가 때 머뭇거리다 비축유를 충분히 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정부, 2008·2015년) ▲유가 오판에 따른 손해에도 불구하고 직원복지에 400억원을 썼다가 감사원에 적발당했고(석유공사, 2008년) ▲실수를 만회하려 원유탐사 발견확률을 조작하다 감사원에 덜미를 잡히는(석유공사, 2009년) 등의 실수를 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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