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안정지원 발표에도
CP금리 1.87%, 0.22%P 올라
증권사들 대규모 발행 영향
기업들 차환 난항 신용위험 ↑

유동성 경색에 이달말 앞당겨
증권·캐피털사에 먼저 투입
자금조달 우려 숨통 틔울듯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 이민지 기자] 정부가 단기자금 조달시장의 안정을 위해 자금 투입시기를 당초 내달에서 이달 말로 앞당긴다. 증권사와 캐피탈사들이 단기자금 조달시장에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최근 기업어음(CP)은 단기자금조달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지 못하면서 금리가 크게 올라 불안감을 키워왔다.


치솟는 CP금리…단기자금, 이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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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진 CP 금리=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CP 91일물(A1 등급 기준) 금리는 연 1.87%로 0.22%포인트 올랐다. 이달 초(1.55%)와 비교하면 약 0.32%포인트 치솟은 셈이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0.5%포인트 낮춘 뒤엔 1.36%까지 CP 금리가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금융안정 패키지 지원책이 금리 안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4일 금융당국은 CP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 지원에 7조원을 투입해 증권사 유동성에 5조원, 우량기업 시장성 차입에 2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CP 금리는 하루 만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 급락으로 인한 추가 증거금(마진콜)을 내기 위해 대규모로 CP를 발행한 영향이 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차입수요가 늘고 기업의 만기도래 CP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CP 금리가 급등해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CP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는 신호다.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단기자금시장에 부담이 가중되자 민간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 신용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고 그 근거로 다른 업종 대비 유동성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수석연구원은 "자산ㆍ부채 구성상 단기성 조달 및 운용 비중이 매우 높은 특성이 있다"며 "여기에 우발채무인 자산유동화증권(ABCP)마저 차환이 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자금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자금 투입 앞당긴다"=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이 뚜렷해지자 금융당국은 단기자금 시장에 대한 자금 투입을 서두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단기자금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와 캐피탈사에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가능하다면 이달 안에 실질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면서 주식과 회사채, 단기자금 등 시장에 48조5천억원의 자금을 배정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내달 초부터 실질적인 자금 투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캐피탈사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정부의 지원 대책이 빠르면 이달 내 이뤄진다고 해 자금 조달 우려에 대한 숨통이 틔였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자금 조달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업계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금융권 협회장들의 간담회에서도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소상공인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게 여신전문회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건의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캐피탈사가 캐피탈콜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캐피탈 시장의 자금조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신용카드와 캐피탈 등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발행이 안되거나 차환이 거부되면 즉시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구조다. 지난 25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 금리는 연 1.681%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16일 1.440%와 비교하면 오히려 0.241%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ㆍ저신용자가 많이 찾는 캐피털사는 경기침체에 따라 대출 자산 부실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여전채 투매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한국투자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들은 여전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신규대출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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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CP 대상으로 차환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단기자금 조달시장에서 금리가 안정화 되기 위해선 기업의 신용도가 안정적이란 신호가 나와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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