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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첫 양적완화 카드…실물경제 효과적 투입은 과제 (종합 2보)

최종수정 2020.03.26 12:21 기사입력 2020.03.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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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금융위기때도 없었던 조치
금융기관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

韓銀, 첫 양적완화 카드…실물경제 효과적 투입은 과제 (종합 2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결국 '무제한 돈 풀기' 카드를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ㆍ금융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풀기로 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을 통해 자금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제한 없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양적완화로 볼 수 있다.


한은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에도 없었던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고,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게 된 배경이다.


◆금융사 RP 무제한 매입…"사상 첫 양적완화"=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ㆍ대상증권 확대를 골자로 한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상 한은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시로 금통위에서 의결해 RP매입을 실시했는데, 이제부턴 매주 RP매입 창구를 열어두고 유동성이 필요한 금융기관에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입찰방식도 한도 제약없이 모집 전액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모집금리는 입찰 때마다 별도로 공고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한은의 조치에 대해 "양적완화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적완화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낮춘 뒤 더는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돈을 공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주로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규모나 기간을 특정해 매입, 장기금리의 지속적인 큰 폭 하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윤 부총재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오늘 한은이 발표한 전액공급 방식의 유동성 지원제도는 조금은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 부총재는 또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銀, 첫 양적완화 카드…실물경제 효과적 투입은 과제 (종합 2보)


◆금융권, 한은서 더 쉽게 돈 빌린다…정부대책과 공조=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도 확대한다. 한은은 대상기관에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해 RP매매대상 비은행 대상기관이 현행 5개사에서 16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 제도였다면 한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증권회사들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 추가된다.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잡을 수 있는 대상증권도 확대돼 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의 조치로 정부가 내놓은 100조원 이상 규모의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 100조원 이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금융기관들의 출자가 필수적인데,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로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 부총재는 "이러한 안정조치들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나아가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에 필요한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P 매입대상 확대된 규모는 70조원으로 추정했지만, 이번 조치로 얼마나 돈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중앙은행이 외환위기때도 실시한 적이 없었던 정책대응을 하며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준다면 금융시장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공조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동성, 실물경제로 얼마나 투입될지는 향후 과제= 다만 한은이 제시한 RP매입시 조건이나 물량에 대해 민간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받은 은행들이 자금을 실제 현장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지 여부, 시장 불안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는지 그 효과 등은 앞으로의 과제다. 시중은행들이 지원받은 자금을 정부정책과 맞춰 실물경제에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부총재는 "현재 채권시장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국고채가 아니라 여타채권"이라며 "국고채 단순매입 방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수요에 맞는 전액 RP매입을 도입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 확대된 RP매입 규모는 약 7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데 따른 신용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윤 부총재는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최상위 등급 '트리플 에이'를 받은 채권 등 정부 손실 보전 조항들이 있는 것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신용위험을 최소화했다고 생각한다"며 "별도의 위험이나 대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채권안정펀드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한은은 그러나 매입할 채권에 담보할만한 대상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유가증권에 대해 보증을 한다면 금통위가 매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용이하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회사채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 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사실상의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향후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윤 부총리는 "오늘 회의에서 기준금리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며 "4월9일 예정된 정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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