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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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아마존이 홀푸드(Whole Foods)를 137억달러라는 초유의 금액을 지불하며 인수한 지 3년이 지났다. 아마존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의 인수합병(M&A), 온라인으로 시작한 회사가 대형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였다. 당시 오프라인 거점이 없었던 아마존은 총 450여개에 달하는 홀푸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했다. 홀푸드는 월푸드, 코스트코, 타깃, 크로거 등 여타 대형 마트와는 다른 길을 택한 곳이다. 식료품부터 화장품까지 유기농 제품만 판매한다. 비닐백 대신 종이백과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상품의 포장재를 최소화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재질만 사용한다.


수년 전 미국에 거주할 때 월마트에서 생활용품과 냉동 식품, 냉장 식품, 과자류 등 일주일치 장을 봤다. 계산원이 무려 10여장에 가까운 비닐백에 종류별로 넣어준다. 한 장에 여러 개를 넣어도 된다고 상관 없다고 얘기하자 계산원이 "무료에요"라고 말하며 아랑곳하지 않고 준 비닐백들이다. 편리하긴 하지만 장을 한번 보고 나면 나오는 쓰레기가 엄청나다. 하지만 계산원도 고객도 아무 고민이 없다.

반면 홀푸드는 비닐백 대신 종이백을 사용한다. 장을 보러온 사람 대부분은 '홀푸드 마켓'이라고 적힌 장바구니를 들고 온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선 한 달치 장을 보는 듯 안 그래도 큰 카트를 가득 채워 넣는 게 일반적인데 홀푸드는 손에 드는 바구니를 든 사람이 더 많다. 좀더 신선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냉장고에 잠시 보관할 수 있는 양만 산다.


때문에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신선도가 생명인 유기농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홀푸드를 아마존이 살 경우 의도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겠냐는 의문도 이어졌다. 수년이 지난 현재 아마존은 홀푸드의 유기농 제품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익일 배송하며 온라인 식품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러닝(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도입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곰팡이가 낀 식료품을 골라내기 위해 만들어진 AI는 폐기해야 하는 식료품들을 자동으로 선별해 골라낸다. 인력 중 일부를 AI로 대체하며 아마존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유기농 농산물을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아마존 효과'라 불릴 정도로 미국 유통가에 미친 영향도 크다.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일제히 온라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나섰던 미국 식료품 유통 업계는 제2의 성장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형 마트 3사는 유난하게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국내 대표 대형 마트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온라인 쇼핑 매출은 12조7576억원으로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옷과 화장품 등 패션용품이 전체 구매액 중 34%였지만 성장세는 식품과 음식 배달 서비스가 두드러졌다. 11월 온라인에서 판매된 식품은 총 1조4943억원어치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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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마켓컬리 등 연중무휴 새벽배송에 나선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대형 마트 3사는 유통규제법이라는 틀에 갇혀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몰 배송까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대형 마트 3사의 실적이 주저앉은 것은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 업체 때문이 아닌 온라인 대형 유통 업체라는 점과 대기업들의 건전한 경쟁이 시장에 가져오는 효과를 고려할 때 이 같은 규제는 과도할 수밖에 없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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