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내가 친한데…" 총선 판도 흔든 초유의 선거 마케팅
제18대 총선 '친박 공천 학살' 역풍, 민심 요동…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영남권 총선 돌풍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그분들(친박 후보들)도 많이 고생했다.” 2008년 4월9일 제18대 총선 선거 출구 조사가 나온 이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구 달성군 선거 사무실에서 이른바 ‘친박 후보’들의 선전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 박근혜는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득표율은 88.57%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가 ‘고생했다’고 격려한 친박 후보들은 한나라당 소속만이 아니었다. 제18대 총선은 정치인 박근혜와의 친분(親分)이 선거 판도를 흔든 선거였다.
“내가 친박 후보”라고 주장한 이들은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이고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에, 친박연대 후보까지 하나 둘이 아니었다. 특히 친박연대는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을 정당 명칭으로 내세운 초유의 선거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의 지역구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친박연대 홍사덕 후보는 대구 서구에 출마해 61.7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의 32.71%와 비교할 때 두 배에 달하는 득표율이었다.
홍사덕 당선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끝나면 박근혜 전 대표가 기다리는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가 자신을 왜 뽑아줬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18대 총선에서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 것은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과 맞물려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른 제18대 총선은 ‘친박 공천 학살’ 논란이 뜨거웠다. 한나라당 대선 승리의 한 축이었던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들은 공천에서 줄줄이 물을 먹었다.
거물 정치인부터 정치 신인까지 친박계 정치인들의 공천 탈락은 18대 총선 판도를 흔든 주요 변수였다. 친박 정치인들은 한나라당, 친박 무소속, 친박연대 등 다양한 간판을 내걸고 출마했고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친박연대의 정당 득표율은 13.18%에 달했다. 대구는 32.74%, 경북은 23.56%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뒤 치른 제18대 총선에서 대구·경북(TK)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18대 총선의 이러한 결과를 야당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18대 총선은 당시 여권 내부의 계파 갈등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18대 총선은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으며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의석은 81석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두 배에 가까운 의석을 얻었지만 잔칫집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선거를 이끌었던 이방호 의원은 제18대 총선 다음 날 사의를 표명했다. 친박 공천 학살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선거에서 낙선하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18대 총선 다음날 오전 한나라당 해단식에서 당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천과정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들이 결국 민심에 반영돼 표로 돌아왔다.”
친박 마케팅이 대성공을 거둔 제18대 총선 결과는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장면이다.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이 총선 판도를 쥐락펴락하는 일이 다시 일어날까. 신생 정당이 총선 판도를 흔드는 일은 제21대 총선에도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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