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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모험가 김봉진, '독점 프레임' 벗고 신화 2막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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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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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해외자본의 시장 독점을 허용한 꼴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결단을 둘러싼 비판과 우려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가 배민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의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DH가 배민의 가격을 무려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매겼기 때문이다. 창업 10년 만에 회사의 가치를 3조원으로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국내 인터넷기업 피(被)인수합병(M&A) 사상 최고액의 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하다.

문제는 DH의 무시무시한 시장 지위다. DH는 업계 2~3위 요기요ㆍ배달통을 이미 거느리고 있다. 업계 1위 배민까지 차지하면 시장은 사실상 통째로 DH의 몫이 된다. 우려는 중개수수료 인상과 이에 따른 각종 비용의 연쇄적 인상, 즉 시장의 혼란과 황폐화를 의심하는 목소리로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논평을 내 "1개 기업으로 배달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면서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이 독일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되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당국은 M&A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일 공산이 크다. 고비를 넘어 계획대로 M&A 절차가 완료되면 김 대표는 아시아 11개국을 총괄하는 별도 기업 우아DH아시아의 회장직을 맡는다. 디자이너 출신의 '괴짜 모험가'로 통하는 김 대표가 그간 써내려온 국내판 '스타트업 신화'에 무사히 마침표를 찍고 해외판의 첫 장을 열 수 있을까.

◆논란 의식했나…재빠르게 선 그은 김봉진 = 김 대표는 17일 차기 대표로 내정된 김범준 부사장과 함께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직원들과의 간담회 격인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번 매각이 국내 수수료를 올려보자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사장은 "중개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거래"라고 이번 M&A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부분의 IT 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M&A가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만 잘 하면 고립될 수 있고, 따라서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도모하는 방책이었다는 설명이다.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좌)와 김범준 차기 대표(우)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좌)와 김범준 차기 대표(우)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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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 사업자의 등장 허락할까…공정위로 쏠리는 눈 = 관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공정위는 이들의 M&A가 우려와 같이 시장 독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이에 따른 가맹점주와 소비자 피해의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지는 않을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전망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배달앱 종사자들은 (배민과 DH의) 인수합병으로 노동조건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배민과 DH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는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고 공정위에 촉구했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M&A 이후에도 우리는 아시아 경영과 국내 배달의민족 경영에 집중할 것이므로 국내 시장의 경쟁 상황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워지지 않을 족적…파격의 아이콘은 사라지지 않는다 = 김 대표가 경영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2015년 배민의 중개수수료를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IT 기반 플랫폼 사업자에게 수수료는 포기할 수 없는 자금줄이다.


직원들은 동요했고 업계의 반발이 거셌던 것은 물론 배민에 400억원을 투자한 골드만삭스 또한 결정을 만류했다. 김 대표의 구상은 '수수료 대신 시장의 신뢰를 얻자'는 것이었다. 배민의 매출은 수수료를 폐지한 뒤로 1년 만에 43% 증가했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로 도약하려는 김 대표의 결단에 여전히 기대를 갖게 되는 배경이다.


김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다, 모험적인 투자'라고 했다"면서 "(그의 도전을) 기다려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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