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兆 출혈경쟁 차단"…은행, 손실 나면 기관금고 입찰 못한다
은행, 기관 출연금 약정 규모 2018년 5882억→2019년 1조1135억
'쩐(錢)의 전쟁'에…금감원, 내년부터 은행 기관금고 입찰시 '수익성 평가' 의무화 행정지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내년부터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대학, 병원 등 기관 금고 입찰 참여시 수익성 평가가 의무화된다. 손실이 예상되면 출연금 즉 '리베이트'를 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 기관 금고 유치를 위해 연간 1조원이 넘는 출연금을 쓰는 은행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기관 금고 입찰시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행정지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은행들은 행정지도를 따라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 인천시 등 대규모 지자체 금고 선정이 이뤄지면서 은행들이 출연금을 크게 늘리는 등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며 "내년 초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기관 금고 출연시 은행이 전반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토록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은 금고 선정시 은행 신용도, 재무 안정성, 금리, 이용 편의성, 관리 능력, 협력사업비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한다. 은행별로 차이가 크지 않아 협력사업비 명목의 출연금이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은행들이 평판도 상승, 수익원 확대를 위해 기관 금고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사실상 리베이트 경쟁이 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당해연도 기관 출연금 약정 규모는지난해 5882억원에서 올해 1조113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출연금 증가는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주주 이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이번 행정지도의 핵심은 내실있는 수익성 평가다. 은행들은 기관 금고 입찰에 앞서 수익과 비용을 꼼꼼히 따져 순이익이 예상되는 범위 내에서만 출연금을 제공할 수 있다.
은행들은 우선 예수금 유치, 대출 취급에 따른 이자이익 등 금고 유치로 발생한 직접적 이익을 중심으로 예상수익을 추정해야 한다. 기관 금고 유치로 인한 홍보 효과, 브랜드가치 증대 효과 등 정성적 항목은 제외된다. 신규고객수, 영업규모 증가 예상치 등 간접적 이익은 산출 근거를 구체화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토록 했다. 아울러 '수익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계약기간에 한정해 수익성을 평가하도록 할 방침이다.
반면 예상비용과 관련해서는 인건비, 물건비, 출연금 등 직접비용 뿐 아니라 관련 본부부서의 지원 비용, 법인세 등 간접비용까지 모두 반영토록 했다. 만약 수익성 평가 후 손실이 나면 손실 예상 범위로는 출연금을 납부할 수 없게 된다.
이사회 심의도 실질적으로 강화했다. 은행은 이사회 심의에 앞서 출연금ㆍ기부금ㆍ금리ㆍ각종 편익 등 제공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수익성 평가 결과 등 세부적인 자료와 검토 시간을 이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은 모든 입찰건에 대해 법규 준수 여부, 적정성을 점검해 연 1회 이상 이사회에 보고하고 실제 수익률 달성 여부를 점검해 재입찰시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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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지난 16일 은행 감사부,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향후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2월께 행정지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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