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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기증하면 일자리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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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밀알복지재단 운영 ‘굿윌스토어 송파밀알점’ 가보니

지난달 26일 굿윌스토어 송파밀알점을 찾은 주민들이 매장 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대다수가 기증품으로 채워진 진열대의 상품은 시중가의 30~70% 수준에 거래된다. / 오상도 기자 sdoh@

지난달 26일 굿윌스토어 송파밀알점을 찾은 주민들이 매장 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대다수가 기증품으로 채워진 진열대의 상품은 시중가의 30~70% 수준에 거래된다. / 오상도 기자 s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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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이렇게 가슴 뭉클한 월급을 본 적이 있나요? 우리 삶의 일부(재활용품)가 정리되면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와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굿윌스토어 자원봉사자)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대로변 상점. 상점 입구에는 우체통 크기의 예사롭지 않은 상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란 문구 아래에는 '판매 가능한 상태의 물품을 깨끗이 손질해 넣어달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장애인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설명과 함께 의류ㆍ신발ㆍ가방ㆍ주방용품ㆍ생활용품ㆍ소형 가전 등 기증 가능한 물품의 종류가 나열됐다.

단정하게 정돈된 매장은 오후 3시를 넘긴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을 통해 삶을 변화시킨다'라는 글씨가 새겨진 벽면 밑에는 깨끗하게 손질된 아동 점퍼들이 자리했다. 가격은 2000원. 바로 옆 여성 의류는 3000원이었다. 신발 코너에는 1만9000~2만9000원대 신사ㆍ숙녀 구두가 즐비했다. 털이 달린 겨울 부츠를 신어보던 50대 중년 여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매장 안내를 맡은 직원 김민재(32)씨는 밝은 표정으로 묵묵히 뒷정리를 할 따름이었다. 김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장애인이다. 이곳은 밀알복지재단이 서울시와 손잡고 운영 중인 굿윌스토어 송파밀알점. 1902년 미국에서 가난한 이민자를 위해 출범한 굿윌스토어가 2011년 우리나라에 처음 문을 연 가게다. 미래형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분류된 가게에선 53명의 장애인을 포함해 7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인 직원들은 정직원이나 다름없다. 매일 10명 넘는 자원봉사자도 이곳을 찾는다. 사회복지사인 허경태 관리팀장은 "지역민은 이곳에 기증을 하고 또 물건을 싸게 사니 보람을 느끼게 된다"며 "직원들은 법정 최저임금이 넘는 급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위 따옴표

미래형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 53명 등 근무
자원봉사자도 매일 찾아

유종민 사원이 주방용품 파트에서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 오상도 기자 sdoh@
 

유종민 사원이 주방용품 파트에서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 오상도 기자 s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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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직원 참여도가 가장 높다는 노래 교실이 열리는 동안 어렵게 남녀 직원 한 명씩을 따로 만날 수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유종민(37)씨는 "돈 버는 소중함을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원래 제빵 공부를 하던 유씨는 2012년부터 이곳에서 일했다. 유씨는 사회복지관 등을 거치며 어렵게 고교 과정을 마쳤다. 그는 월급을 모아 지난가을 가족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 기뻤다고 했다.

가게는 오전 10시30분 문을 열지만 유씨의 일상은 오전 9시에 시작된다. 이곳에서 오후 5시까지 이웃들이 기증한 주방용품을 분류ㆍ손질하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일과에는 봉사자와의 노래 교실, 담소 나들이 외에 미술 치료, 동아리 활동,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단순히 일자리만 제공하지 않고 재활과 사회성 회복에 초점을 둔 설립 목적 덕분이다. 유씨는 "올해와 지난해 각각 다녀온 제주도와 일본 오사카 한마음 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위 따옴표

노래·나들이 등 프로그램
기증품 판매수익금은 월급으로

정해미 사원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 오상도 기자 sdoh@

정해미 사원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 오상도 기자 s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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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베테랑 사무직원인 정해미(37)씨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조현병과 뇌전증을 극복했다. 정신장애 3급인 정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영어학원 보조교사와 기업 사무보조 등 10여개의 일자리를 전전했다. 교회 사회복지시설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가정을 꾸렸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헤어지기도 했다. 굿윌스토어에 입사한 뒤에는 지역 방송 DJ로 활동하며 지난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이제 삶의 목표는 임상심리사 자격증 취득이다. 정씨는 "이곳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적 장애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장 벽면에 붙은 '기증하면 일자리가 생겨난다'라는 글귀는 장애를 지닌 이웃의 삶을 바꾸는 작은 비밀이었던 셈이다. 남궁규 송파밀알점 원장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물품 기증 신청을 할 수 있고 3박스 이상이면 방문 수거, 1박스 이상은 택배 수거도 가능하다"며 "수익금은 장애인 직원의 소중한 급여가 되고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고 말했다. 남궁 원장은 나눔 문화 확대가 재활용을 촉진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개인 기부보다 오뚜기나 LG생활건강 등 기업의 기증물품 판매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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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스토어는 현재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복지법인과 손잡고 20여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밀알재단과는 서울 송파ㆍ도봉, 경기 구리ㆍ분당, 대전, 전주, 창원 등 7개 매장을 꾸렸다. 서울시, 보건복지부, 자치구 등과 협업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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