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창업자금 1억…판매부진·자금악화
평균 월세 113만원·월 인건비 204만원
업체당 보증금액 평균 6493만원
대출 의존하며 악순환 반복돼
청년도 노장도 폐업 고민
소상공인 금융실태…준비 안된 창업
10명 중 7명은 창업교육 '제로'

창업초년병도, 30년 상인도…폐업하는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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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이은결 기자] 20대 후반 직장인 박재환(가명)씨는 지난 5월 외식업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평소 바라던 '사장님'이 됐지만 6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게 될 처지가 됐다. 최근 넉달간 매달 100만원 정도 적자가 나면서 경영난이 심각하다.


더욱이 대출금 때문에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박씨는 무작정 창업을 한 경우다. 외식업 성패에서 매우 중요한 요리를 위해 한 일은 프랜차이즈 음식점 요리사를 섭외해 고작 2개월간 교육받은 것. 창업 뒤 수익이 난 적도 소위 '오픈빨' 2개월 동안이 전부다. 박씨는 "손님이 적은 탓인지 가격을 잘못 설정했는지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창업 초년병도, 30년 상인도 폐업 고민= 대전중앙시장에서 27년째 혼수품 가게를 운영해온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 회장은 수년째 매출이 급감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구 회장은 "경기 악화, 유통환경 변화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40% 감소했다. 27년간 버텨왔지만 조만간 가게를 내놓으려고 한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경영난이 심각해 대출, 보증을 최대로 끌어 받는 상인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돈을 풀고 있지만 창업초년병은 물론이고 3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부진과 1인 가구 증가 등의 인구구조 변화가 주된 원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뿌리에 박혀있다. 창업 외에는 갈 곳이 없다보니 준비되지 않는 생계형 창업이 결국 경영상 어려움, 자금사정 악화, 휴·폐업, 재창업이라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1억 들여 창업 월세 113만원= 2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전국 3010개 소상공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6∼8월 두 달간 실시해 내놓은 '2019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보통 소상공인의 팍팍한 현실이 드러나 있다. 보통 소상공인은 도로변에 일반상점을 월세를 내는 단독사업자로 평균 창업에는 1억원가량이 들었고 월세는 평균 113만원, 인건비는 월 204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매출액은 10명 중 6명이 1000만원에서 2000만원대였고 3000만원 이상은 10명 중 3명도 안됐다. 월세와 인건비, 제세공과금 등을 빼고 남는 순이익은 25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가 많았다. 창업을 한 이유는 생계유지 목적이 가장 많고 창업 이전 직업은 판매·서비스·기능숙련공, 동일업종 개인사업 등이 주를 이뤘다. 창업 준비기간은 6개월 미만이 가장 많았지만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 회장은 "연간 10% 내외로 폐·창업이 일어나지만 새로 유입하는 청년 상인들은 생선, 정육, 채소 등 이미 포화상태인 업종으로 많이 들어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곳이 많다"고 했다.


◆장사했는데도 돈 걱정이 1순위= 준비되지 않는 창업에 내수와 소비 부진, 경영능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창업 이전이나 현재나 자금사정 때문에 가장 힘들어 하고 있다.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소상공인은 36.0%로 이 중 83.6%가 판매 부진을 원인으로 꼽았다.


자금 운용이 힘든 이유로 물가 상승(31.0%), 거래처 경영악화(12.3%), 대금회수 부진(7.6%), 금융기관 대출 곤란(5.5%), 금융비용 증가(3.1%)가 뒤를 이었다. 창업 과정에서도 자금 조달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평균 창업자금은 3001개 응답업체 기준 1억487만원으로, 창업 시 가장 큰 애로사항도 자금조달(52.4%), 입지선정(22.0%), 업종선택(15.7%), 복잡한 행정절차(5.6%) 순으로 조사됐다.


월 평균 인건비는 204만원으로 월세보다 지출 부담이 크다. 인건비로 100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곳이 60.8%, 100만~300만원 미만 17.7%, 300만~600만원 미만 12.8%, 600만원 이상이 8.8%다. 한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 시 자금 운용을 위해 가장 먼저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며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대출을 통해 자금을 융통한다"고 밝혔다.


◆은행·기관 다니며 돈 구하기= 자금 운용을 위해 소상공업체 3010개 중 99.9%가 대출보증을 받고 있으며 보증금액은 업체당 평균 6493만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대출보증이 68.2%, 비은행대출보증이 31.8%, 어음보증이 0.1%이고, 보증금액은 5000만~1억원 미만 38.6%, 3000만~5000만원 24.3%, 1000만~3000만원 미만 20.1%, 1억원 이상 16.4%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은 1·2등급이 39.3%, 3·4등급이 25.3%, 5등급 이하가 35.4%다. 보증을 4번 이상 받은 곳은 29.6%에 이른다. 보증횟수는 1개 업체당 평균 1.82회로 4회 이상 29.6%, 3회 24.8%, 2회 23.9%, 1회 21.7% 순으로 파악됐다. 보증부대출금리는 업체당 평균 3.18%를 적용받고 있다. 2888개 응답업체 중 4% 미만의 금리 적용을 받는 곳이 66.9%로 가장 많다.


김유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본부장은 "대부분 준비 없이 창업을 하다보니 자금난 때문에 대출에 의존한다. 제2금융권으로도 많이 넘어가 버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많고, 그것이 관리가 안되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공단을 찾는 소상공인이 많다"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에 맞는 정책·준비된 창업 유도해야= 한승주 전남상인연합회 회장은 "궁극적으로 대출을 받지 않고도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 창업을 하려는 청년상인들의 경우 단기 지원뿐 아니라 1년 이상의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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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K창업연구소 소장은 "충분한 준비 없이 안이하게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창업 교육보다 자금 지원에 대한 홍보가 많아서 창업자들이 대출에 쉽게 의존한다"면서 "창업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각종 변수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창업 교육은 정체된 상태다. 사전에 창업 체험 기회를 제공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주고 준비된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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