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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과일'에 코팅하면 오래간다?

최종수정 2019.11.22 06:30 기사입력 2019.1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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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팅한 바나나(오른쪽)와 코팅하지 않은 바나나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사진= Apeel Sciences]

코팅한 바나나(오른쪽)와 코팅하지 않은 바나나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사진= Apeel Sciences]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골치거리입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난 과일과 야채쓰레기는 그 양도 많아서 처리하는 것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신선식품이 1조2000억 달러(한화 1404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 코스트코와 크로거는 과일과 야채 재고 중 50% 정도는 버립니다. 며칠만 지나도 과일이나 채소는 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매년 33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매년 각각 7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7500억 달러(한화 878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만 연간 180억 달러(한화 21조 원)를 넘어서는데 이 비용의 일부만 줄여도 엄청난 사회적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구촌의 음식물쓰레기, 특히 절반 이상 버려지는 상한 과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미국의 작은 회사가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 '에이필사이언스(Apeel Sciences)'의 창업자 제임스 로저스는 6년에 걸친 연구 끝에 과일의 표면을 코팅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에 빌&멀린다 게이츠재단, 안드리센 호로위츠 벤처캐피털 등이 1억1000만 달러(한화 1287억 원)를 투자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에이필사이언스에 따르면, 과일이나 신선식품에 코팅을 하면 코팅제가 '제2의 껍질' 역할을 하게 되는데, 코팅된 얇은 막이 건조되면 에틸렌이나 산소 같은 천연가스를 차단하는 방패가 됩니다. 과일이나 채소 속의 수분을 오래 유지시켜 부패를 일으키는 산화과정을 늦추게 되는 것입니다.


코팅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일의 피부 역할을 하는데 물로 씻으면 제거되고, 과일에서 뽑아낸 성분이기 때문에 먹어도 되는 식용코팅제입니다. 코팅과정도 간단해서 코딩제가 든 통에 과일을 담그거나 뿌려주는 것이 끝입니다.


코팅제인 '에디필(Edipeel)'은 못생겼거나 흠집이 생겨 유통되지 못하는 과일이나 채소의 씨앗, 껍질, 과육에서 지방질(Lipids)을 추출합니다. 이 지방질을 분말로 만든 뒤 이 분말을 다시 코팅하기 편리하도록 액화시킨 후 과일에 뿌려주는 것입니다.


아보카도, 바나나, 망고, 카사바, 감귤, 아스파라거스, 딸기 등 총 30여 종의 과일과 채소에서 지방질을 추출하는데, 중요한 것은 아보카도에 바를 코팅제는 아보카도에서, 딸기에 바를 코팅제는 딸기에서 추출한 지방질로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유통체인 합스(harps)사가 에디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합스 80여 개 지점에서 코팅해 유통기한이 2배로 늘어난 아보카도를 팔았는데 40%에 달하던 아보카도 재고 폐기율이 10%로 줄었습니다.

코팅제를 바른 딸기(아래)는 5일이 지나도 생생합니다. [사진= Apeel Sciences]

코팅제를 바른 딸기(아래)는 5일이 지나도 생생합니다. [사진= Apeel Sciences]


폐기 비용이 감소하면서 수익은 10% 늘어났습니다. 3일만 지나면 갈색으로 변해 버려야 했던 아보카도를 일주일가량 변색 없이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지요. 코팅한 신선식품의 영향으로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 개선 효과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에이필의 코팅 기술은 생산자, 유통 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큰 이익을 안겨줍니다. 소비자는 원산지가 먼 수입 과일을 더 신선하게 먹을 수 있고, 생산자들은 더 먼 곳까지 농작물을 수출할 수 있습니다. 또 늘어난 유통기한으로 냉동고 등 저장 비용이 줄고, 별도로 약품처리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몇년 전 친환경 식품 나노코팅제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폴리페놀 복합체가 기반인데, 폴리페놀은 항산화 성질과 보존성을 가져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에디필에 비해서는 유통기한이 약간 짧습니다.


귤의 경우 28일 정도, 쉽게 상하는 딸기의 경우 2.5일 정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코팅 한 번으로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유통기한이 길어지면서 비행기 대신 선박으로 수출하면 탄소 배출도 줄어 듭니다. 국내에서도 효과가 더 좋은 과일 코팅제가 하루빨리 개발돼 널리 보급되기를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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