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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고 학생들이 지자체·경찰 문 두드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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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신호등·과속 방지턱 등 설치 위해 발 벗고 ‘앞장’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 신설…주민자치協 총회 등 참여

광주 첨단고등학교 학생들이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달라는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 학생들과 지도교사의 회의 모습.

광주 첨단고등학교 학생들이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달라는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 학생들과 지도교사의 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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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한창 공부에 열을 올려야 할 ‘낭랑 18세’로 불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직접 지역구의원을 만나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주민자치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때로는 지역 축제나 각종 행사에 참여해 도와달라는 호소도 한다.


광주광역시 첨단고등학교 2학년으로 구성된 6명의 여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직접 지자체와 경찰 등의 문을 두드리게 된 사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첨단고등학교 학생들은 수년 전부터 주변 교통안전 시설물의 부재 등으로 안전한 보행권의 침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인근에 첨단중학교, 남부대학교,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뿐만 아니라 길 건너 주택가가 있어 학생 및 시민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인데도 신호등이나 방지턱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서다.

또 첨단고 정문까지 이어지는 약 200m 길이의 산월로 이면도로에는 학생들의 등·하교로 이용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정차가 만연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제한속도도 문제라고 한다. 통상 스쿨존 속도인 시속 30㎞인데 시속 40㎞로 설정돼 있으며 과속방지턱도 부족해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은 ‘시한폭탄’처럼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큰길로 나가야 더 안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두고 첨단고 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경찰과 지자체에 개선요구를 해 왔지만 차량 지체,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해결되지 못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5기 학생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견을 골자로 ‘인식개선부’를 개설하기도 했지만 ‘인식개선부’가 학교 인식 개선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등하교 시간의 교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학생회인 16기로 넘어올 즈음,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모아 학생회와 학생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학생회 부속 자율동아리 ‘아름다운 참여’를 만들게 됐다.


김미소 학생회장을 필두로 공채원 인식개선부장(학생)이 동아리 회장을, 김진솔 양이 동아리 부장을 맡고 양희주·강예은·박다은 양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임광호 교사가 지도교사를 맡았다.


힘을 합친 이들은 학교 주변 교통문제가 학교 학생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라 판단,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이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점은 ▲학교 앞 신호등 미설치 ▲도로변·안쪽도로 불법주정차 ▲이면도로 제한속도 및 표지판 가시성 문제 ▲과속방지턱 부족 등 크게 4가지다.

광주 첨단고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등교시간 ‘배움터지키미’가 혈혈단신으로 도로 중앙에 나가 학생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광주 첨단고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등교시간 ‘배움터지키미’가 혈혈단신으로 도로 중앙에 나가 학생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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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교 앞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등교시간(오전 7시 30분~8시 30분)에는 ‘배움터지키미’ 봉사자 1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 길을 건너고자 하는 학생 대여섯 명이 모이면 봉사자가 직접 도로 중앙으로 나가 차량을 막고 학생들을 건널 수 있게 돕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지난 7~8월 ‘한쪽 인도만 사용해 등·하교하기’, ‘학부모 차량 진입 금지’ 등 자체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한쪽 인도에 몰려 차도까지 밀려 나오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또다른 안전상의 문제로 캠페인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 19일 오전 7시 50분께 첨단고 앞에는 배움터지키미가 혈혈단신 도로로 나가 차량을 막아서 학생들을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때문에 차량 경적소리가 빈번하게 울리고 아찔한 상황이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사고가 없는 곳이지만 언제 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곳처럼 보였다.


동아리 회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나눠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량을 조사했다. 조사는 강예은·김진솔 양이 직접 했다.


조사결과 지난 4월 4일 남부대 방향 차량은 약 200여대, 첨단 도서관 방향 차량은 250대로 파악됐다.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각각 207대·228대, 11일에는 275대·230대였다.


또 배움터지키미가 차량을 정지시키는 시간이 약 10초가량이며 이때 정차되는 차량은 평균 10여 대인 것으로 확인했다.


학생들은 조사로만 끝나지 않고 이 조사기록을 토대로 대안도 마련했다.


최근 경찰·지자체 관계자들이 첨단고를 방문했을 때 등·하교 시간과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에 각각 1시간 정도만 신호등을 작동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외의 시간에는 점멸등으로 운영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또 학생들 사이에서 ‘활주로’라고 불리는 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이면도로에는 불법주정차가 만연하고 남부대 입구에서 꺾이는 지점에 반사경이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가 잘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영관 지역구의원을 만나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첨단주민자치협의회 문을 두드려 지난 9월 20일에 열린 주민총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주민총회에서 두 번째 현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나서 ‘이동권 보장’을 외치자 지자체와 광주경찰도 나서 지난 11일 합동현장점검을 진행하는 등 문제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곳에 신호등을 설치할 경우 교통안전심의위원회의 절차를 거쳐야 하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우려, 인근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을 확대하는 쪽으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한속도도 시속 40㎞에서 30㎞로 낮추고 표지판도 새로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점검을 통해 신호등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검토됐다”며 “올해는 예산이 없어 내년도 예산에 반드시 포함시켜 내년 상반기에 설치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첨단고 ‘아름다운 참여’ 동아리 학생들은 “경찰이 내년 상반기에 설치하겠다는 말처럼 꼭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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