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묵은 빈살만 왕세자 숙원…아람코 세계 최대 IPO
"사우디 왕세자 신뢰도 측정할 시험대"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사우디 왕세자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세계 최대의 기업공개(IPO)."(블룸버그통신)
"사우디 왕세자의 경제개혁 비전을 담은 아람코 상장이 시작됐다."(월스트리트저널ㆍWSJ)
사우디아라비아의 숙원사업 '국영석유업체 아람코 상장'이 드디어 다음 달 진행된다. 2016년 1월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상장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한 후 약 4년 만이다. 아람코 상장은 사우디 정부가 내놓은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상장으로 얻은 자금을 탈(脫)석유시대를 대비한 경제ㆍ사회 개혁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는 내부적으로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공격에도 직면하고 있어 아람코 상장 성공 여부는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등극 확실시= 사우디 자본시장청(CMA)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CMA 이사회는 아람코의 리야드 주식시장 등록과 일부 주식의 발행신청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올해 사우디 증시에 1차 상장한 뒤 뉴욕이나 런던ㆍ도쿄 증시 중 한 군데를 선택해 2차 상장할 예정이다. 지분의 5%를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으로, 일단 사우디에서 2% 정도를 매매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상장하는 2% 지분매각으로는 약 200억~400억달러(약 23조~46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5년 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세운 사상 최대 상장기록(250억달러)을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거래는 다음 달 1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총 기업가치를 2조달러(약 233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아람코의 연간 순이익은 1110억달러로 애플의 2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여기에 못미치는 약 1조5000억달러 수준이다. 사우디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과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가치를 앞선다.
◆4년간의 숙원사업…비전 2030 핵심= 아람코 상장은 사우디의 숙원사업이다. 급격한 유가변동에 사우디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에 불안을 느낀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국가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내용을 담은 '비전 2030'을 제시했다. ITㆍ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된 도시를 세우고 로봇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바로 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계획이 아람코 상장이다.
그러나 계획은 난항을 겪었다. 당초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했지만 2016년 9월 미국 내 테러 피해자 유족이 다른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테러지원국에 맞선 정의법(JASTA)'이 시행됐다. 이 법으로 아람코가 미국에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ㆍ11 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 19명 가운데 11명이 사우디 국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런던 증시나 일본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유가 하락이 이어진 데다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벌어지며 아람코는 또다시 상장을 미뤄야 했다. 살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올 들어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잦아들자 아람코는 재차 상장을 모색했다. 그러나 9월에는 아람코의 원유정제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으며 폭발, 상장이 또 연기됐다. 여러 차례 무산됐던 상장인 만큼 사우디 정부는 이번엔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등장해 외교적 건재함을 과시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CBS방송 '60분'에 출연해 "카슈끄지 사태에 본인이 책임이 있지만, 지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 후 아람코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은행들은 다시 늘어났다. 현재 아람코 상장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은행은 27개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송출연 후 대형 은행들이 카슈끄지 사태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고 보도했다.
◆리더십 시험대 오른 빈살만…유가가 관건=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계산된 수치다. 문제는 최근 유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는 것이 원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이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람코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750억~800억달러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인데, 이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아람코가 배당금을 지불한 후에도 손익을 유지하려면 배럴당 64.2달러의 유가가 유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국제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최초로 왕족을 석유부 장관에 앉히며 유가를 배럴당 80~85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최근 국제원유시장에서 사우디의 통제력이 약해져 목표유가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빈 살만 왕세자는 본인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람코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최근 알사우드 왕족 내부에서는 일부가 왕세자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고, 예멘 내전에 적극 개입하는 등 공격적 대외 정책을 펴 사우디를 외부 공격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방공 무기들을 사들이고도 드론 공격을 막지 못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능력과 리더십에 심각한 의문을 낳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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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블룸버그는 "사우디에서는 부호들을 중심으로 아람코 투자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아람코 상장이 애국심의 척도가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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