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세미납자 심리 압박 목적으로 한 출국금지는 위법"
"신병·재산 도피 우려 확인해야"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처분을 받은 억대 국세를 미납자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은 세금 미납자에게 압박을 가하고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출국금지 조치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세금 미납자 A씨가 "출국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세금을 체납해 출국금지 처분을 받았고, 올해 처분 기간이 연장됐다. 출입국관리법상 5000만원 이상 국세·관세·지방세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면 6개월 단위로 출국금지가 가능하다. 올해 1월 기준 A씨의 국세 체납액은 7억8726만원에 달했다. A씨는 지속된 출국금지 처분에 "사업이 어려워지며 거액의 세금을 못 낸 것일 뿐 세금 납부 회피 목적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의도는 없다"며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연장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출국의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출국금지 처분은 조세 미납자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줘 세금을 자진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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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과거 대법원 판례와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대법원은 "단순히 일정 금액 이상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했다고 출국금지 처분을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리와 과잉금지 원칙에 비춰 허용돼선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외로 도피하거나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출국금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A씨 역시 적법하게 파산선고와 면책 결정을 받았고, 해외에 특별한 연고가 없어 재산을 도피시킬 동기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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