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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나를 '로그아웃'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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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하거나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요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하거나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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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컴퓨터는 꺼도, 스마트폰은 끌 수 없습니다. 회사를 나가지만 퇴근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친구를 만나도,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까똑!' 소리가 언제 들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지인 중에는 휴가가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실시간으로 단톡방을 들여다보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하더군요. 몸만 휴가지에 있을뿐 마음은 일터에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끌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까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번아웃(Burn out)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적지 않습니다. 증상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거의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했거나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89.6%가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지속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이고 무기력, 의욕상실, 분노, 불안감 등을 느끼는 증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직업 관련 증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내년이면 직장인이 내는 병가나 휴직의 사유 중 대다수가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일 수 있고, 현대인의 가장 위험한 증상이 번아웃증후군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WHO가 정의한 번아웃증후군의 특징은 에너지 고갈·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냉소적 감정 증가, 직무효율 저하 등입니다. '모두 불타 없어진다(Burn out)'는 뜻처럼 일에 파묻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무기력증, 불안감, 자기혐오, 분노, 의욕상실 등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번아웃증후군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면, '직장인 스트레스 만성피로 증후군'이 됩니다. 훨씬 이해가 쉽지요? 지금 당신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가요? 혹시 출퇴근길에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는 자신의 논문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에서 이 번아웃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합니다.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는 번아웃증후군의 발전 단계를 여섯 단계로 구분합니다.


첫 단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뛰어드는 '버닝' 단계입니다. 지인이나 가족, 직장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철수(후퇴)' 단계입니다. 일에 몰두하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와 만남의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합니다. 그러나 피로 누적으로 예민해지고, 주변 사람들과 멀어져 갈등을 빚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고립' 단계입니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도 일하고 있어 주변과 동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감정이 매말라 냉담해지고 주변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며, 작은 갈등에도 공격적으로 변하고, 사회적인 관계 맺는 것도 귀찮아집니다.


그러면 네 번째인 '부적응(행동)'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타인을 향한 냉담함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일하는 도구'로만 인식하게 되고, 지인이나 친구가 없어 스트레스를 술이나 약물로 풀려고 합니다. 부적응 행동 단계가 되면, 주변 사람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문제있음을 알게 됩니다.


'심각' 단계로 접어들면 내면이 공허해집니다. 모두 허무해집니다. 공허함을 없애기 위해 도박이나 섹스중독, 폭식 등 비정상적인 행동에 몰입하게 됩니다. 또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극도의 방어적 태세를 취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고, 건강에도 신경쓰지 않는 심각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최악' 단계는 마지막 여섯 번째 단계입니다. 신체적·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치료가 시급하지만 건강은 이미 큰병에 걸렸고, 정신적으로는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잠시 '단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잠시 '단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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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일'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사람과 부대끼는 직장이 원인일 확률은 높습니다. 직장의 스트레스가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다 타버린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으로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마음에 자유를 주는 '마인드 바캉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맹렬히 움직였던 몸과 마음의 스위치를 끄고, 치열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뇌를 이완시켜 마음의 충전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용어로 나를 '로그아웃'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정보로 인해 뇌의 스트레스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 돼 있습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뇌를 작동시키면 충전 없이 뇌의 에너지만 소진돼 결국 번아웃증후군을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외부 정보와의 연결을 끊는 단절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정보와의 전투를 잠시 내려놓을 때 내면의 감성충전 시스템의 스위치가 켜집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하루에 10분 정도 한적한 곳을 산책하거나, 점심을 먹을 때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면서 먹거나,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잠깐의 단절이 필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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