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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5달러 원피스' 포에버21 외면당한 이유…"저렴한 게 유일한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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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경쟁 심화 속 밀레니얼 소비자 외면
온라인 중심 트렌드 변화에 소송 구설수도

지난 1일 오후 포에버21 국내 매장 2곳인 홍대 매장과 명동 매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명동 매장 1층 입구.

지난 1일 오후 포에버21 국내 매장 2곳인 홍대 매장과 명동 매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명동 매장 1층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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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예전 캐나다 교환학생 때는 한국 스타일의 옷이 입고 싶어서 포에버21을 자주 찾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저렴하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장점을 찾기 힘들어 발걸음을 안 하게 됐어요."


지난 1일 오후 포에버21 홍대 매장에서 만난 24살 대학생 유민정(가명)씨의 평가다. 3층짜리 단독 매장 건물을 빙글빙글 돌던 유씨는 결국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사복을 입은 한 여고생 무리 역시 옷을 몇 번 대보다가 거울만 보고는 우르르 매장을 나갔다. 중국인과 미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고객들이 방문했지만 구경만 하다가 자리를 뜨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의류부터 신발, 가방, 액세서리까지 매장 내 품목들에는 '30% 세일'이라는 푯말이 커다랗게 눈에 잘 띄게 붙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매장 메인 매대에 위치한 올 가을·겨울(FW) 신상품에도 동일한 문구가 달려있다는 것. 스웨터부터 플리스 의류, 운동용 기능성 레깅스 전 종류까지 시즌을 가리지 않고 메인 상품 모두 할인 판매에 나설 만큼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홍대 매장 매대 중앙에 30% 세일 문구가 적혀있다.

홍대 매장 매대 중앙에 30% 세일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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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홍대 매장보다 활기 띤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명동거리를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손님이었다. 가족여행을 한국으로 왔다는 인도인 모녀는 "옷이 불편해 레깅스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포에버21이 눈에 들어와 바로 들어왔다"며 "딸이 애용하는 브랜드로 저렴해서 큰 부담 없이 옷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눠본 방문 고객 대부분은 브랜드의 파산신청 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주호영(가명)씨는 "직장이 을지로 쪽이어서 가끔 티셔츠나 안에 받쳐입을 이너웨어 종류를 사러 오는데 파산 위기일 정도로 위태로웠는지 전혀 몰랐다"며 "이만한 가격에 옷을 사입기 쉽지 않았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미국 성공 신화로 불리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포에버21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산 신청을 내면서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포에버21은 앞으로 미국 내 178개 매장, 전 세계를 통틀어 350여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과 아시아지역에서 매장을 정리한다.


홍대 매장 매대 중앙에 30% 세일 문구가 적혀있다.

홍대 매장 매대 중앙에 30% 세일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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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21은 온라인 사이트의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도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포에버21에 다르면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조)에 따라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즉각 청산이 아닌 파산법원의 감독을 받으며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020세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의류 브랜드 포에버 21은 장도원(59) 회장 부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1984년 창업한 한인 기업이다. 5달러 원피스 등 초저가 전략으로 패스트패션 붐을 일으켰지만, 자라와 H&M 등 업계 경쟁 심화에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중심으로의 쇼핑 트렌드 변화 속에서 무리하게 매장을 확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쇼핑관과도 맞지 않았다. 더불어 상표권 침해 소송 등에 휘말리며 구설수에도 올랐다.


명동 포에버21 직원은 국내 매장 철수 문의와 관련해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도 국내 매장 철수 관련해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본사로 직접 문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본사 측은 이메일과 전화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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