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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 전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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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2017년 4월 영어(囹圄)의 몸이 되신 후 벌써 2년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신께서 겪고 계신 짧지 않은 시간이 많은 번뇌와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저 역시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몸과 마음 모두가 힘드셨습니까? 아마 이 글이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시점이면 당신께서는 사법부의 최종적 판단을 받고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2017년 4월 구치소로 향하던 차 속에 몸을 의지하신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때 당신을 모셨던 부하직원으로서 원망과 회한이 가득한 당신의 모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당신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권에 입문하였거나 한때는 당신의 측근으로 인정받고 싶어 몸부림치던 정치인들이 당신께 등을 돌린 모습을 보고 당신의 가슴은 무거움이라는 표현을 넘어 천만 근 추를 가슴에 안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고통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당신께는 죄인 중 한 명입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당신께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충언해 달라는 소임을 주셨는데 이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불충한 책임에 대해서 엎드려 용서를 구합니다.


당신께서는 요즘 어떠신지요? 아직도 현재 당신께서 처하신 곤경이 당신을 핍박하는 불순한 세력에 의해 조작된 음모라는 생각으로 이들에 대해 오뉴월 서릿발과 같은 한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계시지는 않나하여 걱정스런 마음으로 한때 당신을 모셨던 대간(臺諫)의 한사람으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자 조심스럽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처하신 작금의 불행한 상황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상소를 올린 일이 있습니다. 그 처음이 2014년 1월이었고 두 번째는 2014년 1월 작성한 상소문이 제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그해 11월 말 언론에 공개되어 저 역시 영어의 몸이 되었던 2014년 12월 검찰을 통해 최순실 씨를 부디 곁에 두지 말고 내치시라는 상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두 번의 상소를 외면하셨던 당신을 지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어느 작가의 수필에서 접한 사연인데 사랑하는 제자가 한 눈이 장애인이셨던 어머님의 사진을 들고 와 두 눈이 정상적인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간청하니 그 스승은 "당신의 어머니는 비록 장애를 가지셨지만 그 몸으로 당신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라는 사실마저 부정하지는 말게. 한 눈으로 당신을 보듬고 키우신 그 어머니의 한 눈에서 다시는 눈물이 흐르게 해서는 안 되네"라고 말씀하시며 사진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주셨다고 합니다. 제가 당신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모셨다는 것은 비록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도 아니 천만 년 세월이 흐른 역사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상소를 올립니다. 2012년 12월, 당신께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것은 당신께서 아끼시던 측근 정치인이나 비서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신 국민의 뜻을 외면하셨기에 2017년 국민은 탄핵을 결정하였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에 의해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당신께서는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기 보다는 국민의 뜻과 민주사회에서 상충되는 의견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시면서 당신께서 걸어오신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뒤돌아보시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것이 당신께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물론 국민 모두가 다 당신의 탄핵을 원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국민 다수의 뜻이라면 그것을 존중하는 것 역시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키셔야 할 명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셔야 당신께서도 편하실 것이고 당신을 용서하는 것도 다수의 국민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감히 불경스러운 글을 올리게 되었으니 혹시 무례함이 있었다면 다시 한 번 너그러운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따라 작고하신 노무현 전(前) 대통령님의 자상하신 바보미소와 말씀이 새롭습니다. "미안해 하지마라. 운명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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