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탁류청론] 국민연금의 경영감시 위해 5%룰 완화해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국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는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제도의 목적은 주식을 대량 보유해 경영권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면 기존 경영자가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입 취지를 반영해 국내에선 지분을 5% 이상 소유하면 주식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인지 '경영 참여'인지 구분하고 있다. 단순 투자이면 5%를 초과하는 지분을 소유한 다음 달 10일 이내(연기금은 분기의 다음 달 10일 이내)에 보고하면 되고 약식보고도 가능하다. 경영 참여이면 지분 5% 소유 후 5일 안에 보고해야 한다. 지분 보유 상황, 보유 목적, 주요 계약 내용, 소유자에 관한 사항, 보유 형태, 취득 가격 및 방법, 자금 조달 내역 등도 자세히 보고해야 한다.

제도가 논란을 빚는 것은 배당 요구, 지배 구조 개선 요구,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의 사항들을 경영 참여로 분류될 정도라고 보고 의무를 강하게 적용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영 참여 여부에 따라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곳은 미국, 일본, 한국뿐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지분 경쟁을 통한 경영권 교체 사례가 잦은 미국조차 의결권 있는 증권 소유 등을 통해 회사의 경영 및 정책 방향을 지시할 수 있는 '지배(control)의 변경'을 의도한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이상 약식보고를 허용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적대적 M&A나 지분율 경쟁 탓에 지배주주가 교체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에서 미국보다 강한 보고 제도를 시행하는 점은 문제가 있다.


국내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등 지배 구조 악화 탓에 동남아시아 기업 주가 수준보다도 30%가량 저평가되고 있다. 그렇다고 선진국처럼 경영자의 사익 추구를 이사회나 기관투자가 주주의 경영 감시, 법적 처벌 등으로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민간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재벌의 계열사이거나 영업 관계 등으로 이어져 있어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때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인 연기금이 당분간 주도적으로 경영 감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5% 공시 의무로 투자 전략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기금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결국 투자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유인이 줄고 경영 감시를 해야 할 동기와 효과가 약해진다.


5% 공시제도의 목적이 기존 지배주주의 정당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경영 참여 유형은 핵심 임원의 선임 및 해임, 회사의 합병과 분할 등을 통해 지배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서 기업 경영권의 중대한 변경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의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로 해석된다.


정부 관료와 회사 측 추천자가 참석하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가 특정 기업의 지배 구조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현 구조는 크게 잘못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므로 연기금 주주의 경영 감시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