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끌어내린 국민연금…"연금사회주의 들어서는 이정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의안의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기금 등의 반대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한 첫 사례로 이른바 '연금사회주의'로 들어서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한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이사 재신임 안건이 출석 주식의 64.1%로 과반을 훨씬 웃도는 찬성을 얻었지만 부결된 데는 2대 주주로서 11.56%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영향이 적지 않았다.
연금사회주의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통해 연금사회주의는 더 이상 한국 경제 현실에서 부인할 수 없는 실체로 등장하게 됐다. 연금사회주의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가 1976년 저서 '보이지 않는 혁명'에서 노동자가 주인인 퇴직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1980년대 중반쯤 미국 상장 주식의 70%를 보유, 기업 지배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연금사회주의'를 언급했다. 물론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 게 아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300곳에 달한다. 이 중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90곳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은 7곳이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주목해야 하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흐름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경영권에 대한 간섭, 즉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주권 강화를 시도했지만 일본은 2014년에 도입했고 미국은 2017년에 시행하기 시작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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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스웨덴 공적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들도 기업의 장기적 존속가치와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투자한 기업들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은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을 개선하고, 기금자산을 지켜 국민의 노후를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라며 "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수익을 올리려 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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