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메이트' 애경산업 영장 기각…檢 "예정대로 수사할 것"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애경에 이어 SK케미칼 고위직에 칼을 겨누려고 했던 검찰 수사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모양새지만 검찰은 “예정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안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15시간여 동안 검찰의 영장사유서와 양측의 주장 등을 검토한 결과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원료 물질의 특성과 그 동안의 유해성 평가 결과, 같은 원료 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 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 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경산업이 SK케미칼 측으로부터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공급받아 자신들의 라벨만 붙여 판매만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법원에서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원료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이 책임을 피해왔다.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독성보고서를 제출받았던 검찰은 애경산업·SK케미칼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 원료 CMIT를 개발하고, 이를 흡입하는 방식의 제품을 최초 개발해 판매한 회사다.
검찰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부터 하청을 받아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한 김모 전 필러물산 대표와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를 각각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한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은 199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 연구' 보고서에서 백혈구수 변화가 감지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도 추가 검증없이 제품을 그대로 유통한 것으로 검찰에서 조사됐다.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은 이러한 증거들을 인멸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대부분 발부되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정작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핵심 기업의 임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애경산업의 영장 기각 사유에 종전 가습기살균제인 SK케미칼의 1994년 자체 가습기메이트 유통을 언급한 점 봤을 때 SK케미칼의 과실치사상 적용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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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애경을 단순한 판매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애경산업에 대한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하고 향후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SK케미칼에 대한 수사도 흔들림 없이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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