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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 英·佛 제치고 주도권…경제우위 '유아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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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레버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Economia] 英·佛 제치고 주도권…경제우위 '유아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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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위에 올랐다. 1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3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위였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금융위기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과 2015년에는 2위였고 2010년 6위가 가장 낮은 순위다. 영국 총리로는 2010년 데이비드 캐머린이 기록한 7위가 가장 높다. 프랑스 대통령은 한 번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유럽의 3강 독일, 영국, 프랑스의 위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는 독일이 어떻게 유럽에서 절대 1강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 폴 레버가 영국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이다. 1980년대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일했고 1997~2003년 독일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내며 메르켈 총리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레버는 1장에서 EU의 역사부터 살핀다. EU는 1951년 파리조약으로 성립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1957년 로마조약으로 성립된 유럽경제공동체(EEC)를 모태로 한다.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ECSC와 EEC의 주요 창립 회원국이었다. 영국은 1972년 뒤늦게 EEC에 가입해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지금은 EU 탈퇴를 두고 국론이 분열돼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40년 넘게 비슷한 경제 규모를 유지하며 EU를 이끌었다. 독일이 1990년 재통일하면서 프랑스와의 균형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일 덕분에 독일의 인구가 2000만 명 늘고 영토도 3분의 1 확대됐다. 통일 직후에는 독일 경제가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결정적으로 2010년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경제위기는 독일과 프랑스의 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독일이 프랑스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메르켈이 사실상 유럽의 지도자로 EU의 주요 현안을 주도했다.

2014년 6월 타임스는 "EU와 관련한 문제는 유럽이 제안하지만 메르켈이 처리한다"고 기사를 썼다. 2010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2015년 난민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독일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밀어내고 협상을 이끌었다.


레버는 독일이 유럽에서 앞서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라고 단언한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5000억 유로이며 이는 영국, 프랑스보다 25% 이상 많다. 독일의 GDP가 스물여덟 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인구 역시 8000명을 넘어 7000만 명에 못 미치는 영국과 프랑스를 압도한다.


레버는 말한다. 독일의 힘은 오늘날 유럽의 근본적인 실체이며 독일은 지금 권력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고. ▶품질, 신뢰성,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제조업 ▶수출 경쟁력 ▶건전한 재정 상태 ▶높은 수준의 사회 연대와 안보가 독일 경제를 탄탄하게 이끄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레버는 경제 말고도 다양한 관점에서 독일의 힘을 확인시켜준다. 3장 '연방만큼 중요한 지역'에서는 독일의 정치 체계가 지닌 강점을 설명한다. EU의 권력 구조가 독일의 권력 구조와 유사해 독일 정치인들에게 EU는 익숙한 정치 공간이다. 일례로 정부, 연방 하원, 연방 상원, 헌법재판소로 이뤄진 독일의 주요 기관은 EU에서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이사회, 유럽사법재판소의 형태로 나타난다. 독일이 설립 초기부터 EU 조직 구성에 관여한 덕분이다.


레버는 독일이 과거 역사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점도 EU에서 위상을 강화하는 이유가 된다고 분석한다. EU라는 또 다른 정치 체제를 통해 독일은 다른 유럽 나라들과 같은 위치에서 과거 전범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덜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버는 마지막 장에서 EU의 미래를 전망한다. 당연히 독일의 지배는 계속될 것이고 독일은 특히 유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EU의 재정 정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이 빠지면 독일의 EU 내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EU는 독일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산물이 될 것이며 독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EU의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폴 레버 지음/이영래 옮김/메디치)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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