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로 '굿딜' 제안
"北, 영변 핵 선폐기·다른 시설도 폐기 약속
美는 남북경협에 대해 대북제재 예외로 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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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제시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ㆍ충분히 괜찮은 거래)'의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제시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선제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다른 핵시설도 폐기하겠다고 확약하는 대신 남북 경제협력을 유엔(UN) 대북 제재의 예외 사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이를 요약했다. 정부 내에서도 모호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굿 이너프 딜을 간단하게 축약하면서도 북한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문 특보는 19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의회 소강당에서 진행된 특강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빅 딜'과 '스몰 딜'이 충돌하면서 '노 딜'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며 그 해결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굿 딜' 노력을 제안했다. 굿 이너프 딜의 구체적인 방안을 굿 딜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굿 딜의 시작을 '북한의 선제적 영변 핵시설 폐기'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다른 핵시설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대가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 대신 남북 경협을 제재 예외 사항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굿 딜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문 특보의 발언을 상기해보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 딜 주장과 북한의 '완전한 제재 해제' 및 '단계적 비핵화' 요구에서도 각각 한 발씩 물러난 절충안이다. 다만 영변 핵시설 폐기를 먼저 내걸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 재개의 키는 미국이 아닌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말한 굿 이너프 딜의 가이드라인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스몰 딜도 빅 딜도 아닌 굿 이너프 딜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 의미와 배경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간의 낙관과 그로 인한 실수를 덮기 위해 난해한 '신조어'를 만들어 혼선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북한이 미국을 움직일 실제 행동을 보여줄 차례"라면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등 북한은 그 모든 것을 정말로 폐기하는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은 말로 약속만 했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그는 '북핵 사찰ㆍ검증'에 대해서도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사대의 20%를 포함해 서해 미사일 발사장의 30%를 폐기했다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며 "여전히 일종의 감시 또는 사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하노이 회담은 실패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70년 적대와 40년 북핵 위기가 정상회담 두 번으로 해결될 거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면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최소한 6, 7막 정도의 긴 드라마이며, 싱가포르 회담이 1막이라면 하노이 회담은 겨우 2막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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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북ㆍ미 간의 대화도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없고, 또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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