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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스타트업이 꿈인 사회를 꿈꾸며

최종수정 2019.03.19 11:40 기사입력 2019.03.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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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스타트업이 꿈인 사회를 꿈꾸며

직업상 스타트업 사람들을 만나고,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요즘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창업생태계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단 숫자상으로도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고 벤처펀드 결성액도 4조7000억원에 달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은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속속 합류하며 6개로 늘어나 자타공인 창업국가인 이스라엘보다 많아졌다. 또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1순위로 꼽히는 규제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결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지간한 대기업들은 그룹 단위의 스타트업 지원조직과 프로그램이 이미 갖춰졌고, 이제는 중견기업들도 관심을 보인다. 만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우리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지원대상 스타트업을 모집하는 뉴스가 차고 넘친다. 이쯤 되면 그동안 애타게 호소했던 스타트업과 혁신생태계의 중요성이 사회 전체로 확산돼 우리도 창업국가, 혁신국가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이런 기분좋은 꿈이 아직은 그저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은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였다. '스카이캐슬'에 들어가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하는 '있는 집'들을 묘사한 드라마의 내용은, 과장은 있어도 허위는 아닌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그것에 더해 입시지옥을 다룬 드라마가 케이블 드라마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헛된(?) 꿈을 깨도록 만든 차가운 현실이었다. 사실 스타트업 동네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창업과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창업할 때 가족들에게 "회사 때려치우고 스타트업하겠다"고 떳떳이 밝혔다는 얘기는 여전히 듣기 어렵다.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학생과 대기업 직장인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학생이 전체의 절반에 달해, 9급 공무원 시험도 고시 수준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가 부여한 면허가 있는 직업, 의사ㆍ변호사는 여전히 인기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모두의 꿈인 사회다. 보상이 적어도 리스크가 작고 안정된 곳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부모가, 젊은 세대 스스로, 사회 전체가 던지는 메시지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사회는 스타트업에는 상극이다.


스타트업과 혁신생태계는 계속 성장해서 객관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에도, 사회 전체로 보면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는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가령 "스타트업에서는 기존 조직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성공하면 보상은 더욱 크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고 경험을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혁신이 우리 일상을 바꾸고, 스타트업의 성장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간다" "성공한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이끌어준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에 투자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여윳돈이 있으면 부동산 사지 말고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들이 모두 희망이 아닌 현실이라면, 그래도 안정이 최고라는 부모와 젊은 세대가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능력이 있을수록 창업을 꿈꾸고, 공무원이 되기보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창업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성공한 창업자가 젊은 세대의 롤모델이 되고, 사회 전체가 스타트업의 혁신에서 성장의 원동력을 찾는 사회는 꿈에 불과할까.

그런데 옆나라 중국에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도 당장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꿈인 사회가 현실이 될 때까지 기업, 정부를 비롯해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대치동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스타트업 시켜요"라고 할 때까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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