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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사립유치원 사태, 유야무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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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5년 전쯤 외제차 시장이 호황일 때, 딜러들 사이에선 "요즘 주 고객은 유치원 원장들"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4년 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지방 투자자들을 단체로 모시고 서울에 현장답사(?)를 왔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버스에 탄 30명 중 절반이 유치원 원장"이라고 귀띔했다. 당시는 정부가 유치원ㆍ어린이집에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누리 과정'을 도입한 지 1~2년 정도 됐을 때다.


담당 출입처(취재 대상)가 아니라 무심히 넘겼던 그 이야기들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 개학 연기 사태와 오버랩됐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큰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한 뒤 누리과정 지원금이 생겨 둘째는 혜택을 보나 했는데, 이상하게도 같은 유치원에서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원비는 오히려 몇만 원 더 늘었다." "이런저런 명목의 특별활동비나 방과 후 수업 비용이 추가돼도 아이를 계속 맡겨야 하는 입장에선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한유총이 무리한 집단행동을 벌이다 결국 자멸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은 한 번쯤, 아니 어쩌면 종종 이런 '찜찜한' 사립유치원의 행태에 분노했던 국민 사이에서 "이젠 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은 아닐까. 정부가 연일 강경 모드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학부모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한유총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거부하는 것은 과거 '세월 좋을 때'처럼 예산을 빼돌리겠다는 뜻이다. 그 속내를 들키자 이번엔 '사유재산을 인정하라'라며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몰수하겠다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정부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국민은 이번만큼은 정부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길 바라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돼서는 안 되고 반복돼서도 안 된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부가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을 제재하거나 아예 퇴출시키는 초강수를 둘 수 있을는지, 사립유치원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잘못된 관습을 정상화할 수 있을는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오랫 동안 유아교육 정책에 관여해온 한 교수는 "솔직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교육부나 교육청 일부 관료들과 사립유치원 간 유착 의혹,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유치원 원장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그런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부디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을 차곡차곡 늘려나가고, 공적 재원이 교육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야무지고 뚝심 있게 감시하며 개혁해나가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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