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의 원칙 입각, 5단계 구분
'치명적 공격' 시 권총까지 사용
이달부터 새로운 기준 의견수렴

정부가 21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직 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정부가 21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직 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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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데 쓰는 것." 과잉대응이란 비판이 두려워 위급상황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던 경찰들은 이렇게 자조한다. 이에 일선 경찰들이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할 때 따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이 의견수렴에 나선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연구용역ㆍ인권영향평가 등을 거쳐 지난달 마련한 '물리력 행사 기준'에 대해 이달 중 대내외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경찰의 구체적 물리력 행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기존 매뉴얼상 경찰 장구류 이용 규정이 '현행범이나 징역 3년 이상의 죄를 지은 범인 체포 시'로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추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일선 경찰관들은 장비 사용을 꺼렸다.

특히 지난해 서울 암사역 흉기난동, 유성기업 노조 폭행사건 등이 불거지며 경찰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의 현장 대응에 관한 물리력 행사·법 집행에 더욱 정밀한 기준과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에 마련된 물리력 행사 기준의 핵심은 '비례의 원칙'이다.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경찰이 행사하는 물리력의 강도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순응 ▲단순 불응 ▲소극적 저항 ▲위협·폭력행사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범인의 상태를 구분하고 행사 가능한 물리력 한계를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대상자가 사제 총기나 흉기ㆍ둔기 등을 이용해 저항하거나 제3자에게 위력을 행사할 때는 권총 실탄도 발사할 수 있도록 했다. 주먹이나 발 등 신체를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면 최대 '테이저건'까지 사용하는 식이다. 반면 범인이 경찰에 순응한다면 수갑까지만 채울 수 있도록 물리력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

본격적인 가이드라인 시행에 앞서 경찰청은 내부 인트라넷에 토론방을 개설하고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받기로 했다. 오는 15일에는 지방청 생활안전ㆍ형사 등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각 대표자를 통해 모아진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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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수렴이 완료되면 세부 내용을 정비한 뒤 '행정절차법'에 따라 대국민 행정예고 절차를 진행한다. 행정예고가 이뤄지면 국민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 최종안을 경찰위원회에 상정하고, 현장순회교육ㆍ신임교육 등 전국 현장 경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력 행사 기준은 국민의 생활과 경찰관의 업무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시행 전 대내외 예고 및 의견수렴을 거쳐 가이드라인이 현실에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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