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노인·아동' 마스크 조차 못쓰는 취약계층 덮친 미세먼지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미세먼지 수치가 연일 최악을 기록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노인과 아동 등 취약계층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 부족도 원인이었지만 매일 1000~3000원씩 새로운 마스크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5일 파고다공원을 찾은 노인 30여명 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이들은 6명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있을 때 마스크를 쓴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날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42㎍/㎥를 기록해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인날이다.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이덕룡(78)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8시간 정도 파고다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주변 노인들과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장기 몇 판 두면 시간이 금방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씨는 오후 6시 공원이 문을 닫을 때쯤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했다. 저녁 8시께 집에 도착하면 이씨는 이날 13시간 동안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를 마신 셈이 된다. 그는 "미세먼지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마스크 쓰고 움직이면 숨이 차서 못 쓴다"고 했다.
호흡기가 약한 고령층에 미세먼지는 '일상의 독약'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급속히 악화시키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COPD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0% 증가하고 뇌졸중 또한 20% 이상 증가한다. 호흡기와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층은 더욱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취약계층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과 아동 모두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는 비율이 약 90%에 달했지만, 미세먼지로 병이 생기거나 악화될 가능성을 인정하는 비율은 노인이 약 80%, 아동은 60%가량이었다.
마스크 착용이 미세먼지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지만 고령층에게는 마스크조차 거추장스럽다는 반응이다. 고양시에서 파고다공원을 찾은 정영상(82)씨는 "마스크 하나에 3000원 쯤은 하는데 종로 일대에선 한끼 밥값"이라며 "마스크 좀 낀다고 늙은이들 몇일이나 더 살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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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은 호흡기 질환을 가진 고령층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마스크로 인해 공기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 곤란, 두통 등이 오면 바로 벗어야 하며 환자가 보건용 마스크를 쓸 때는 사전에 의사에게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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