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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돈키호테의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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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해 11월2일. 동갑내기 출입처 홍보팀 직원과 둘이서 저녁 자리가 있었다. 처음 술자리 안주거리는 시시껄렁한 시정잡배들의 이야기. 기자와 홍보팀 직원의 술자리 이야깃거리가 다양해 봤자지. 어느 정도 술잔이 돌고 결국 공장 얘기가 나왔다. 신문 기사에 대해 얘기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가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방향은 맞지 않냐고. 기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방향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기업 홍보팀 직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 생경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 홍보팀 직원이라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방향이 맞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둘 다 모르는 게 참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제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경제 위기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역시 우리는 모르는 게 참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시정잡배들의 얘기.

두 시간 가량 잔을 기울이고 2차 없이 자리를 끝냈다. 집까지는 걸어서 40분 거리였다. 버스를 탈까 고민을 하다 걷기로 했다. 바람을 쐬고 싶었다. 마침 가을이었다. 금요일 저녁이었고.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을 거쳐 집으로 가는 길은 운치도 있었다. 걸으면서 술자리를 복기했다. 풍차를 향해 돌진했던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성장의 논리가 굳건한 세계에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논리가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이었다. 로시난테를 메일 아이디로 썼던 후배도 생각나기도 했다.


그 날은 넥센과 SK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술자리도 있고 해서 애초에 포기한 경기였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니 앞서있던 SK가 8회말 2점을 추가해 9-4로 달아났다. 끝났다고 생각한 경기.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넥센은 9회초 2사 1루에서 연속 2루타 두 개와 SK의 실책으로 3점을 만회, 7-9로 추격했다. 2사 2루에서 다음 타자는 4번 박병호. 설마…. 죽어라 뛰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TV를 켰다. 거짓말 같은 홈런.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돈키호테를 꿈꿔야 홈런도 칠 수 있는 게 아닌가.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지치지 않아야 한다. 승부는 예상보다 길게 간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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