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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서로 다른 매체 간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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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시장에서는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중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인 통신 3사가 케이블방송사(SO)들을 인수하고 합병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 시장에서 SO의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했다. 1995년 출범 당시 SO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했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위성방송, IPTV(인터넷망을 통한 유료방송서비스), 종합편성채널 등 경쟁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기존의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된 통신기업들이 이웃 시장인 유료방송시장으로 진출하고, 문자 매체의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신문사들이 연이어 유료방송시장 내 콘텐츠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시장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여러 매체가 섞이는 융합시장이 됐다. 현재 SO는 불타는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는 선원과 같이 절실하게 통신기업들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형세다.

전통적으로 방송통신시장은 규제시장이다. 규제 당국은 시장의 실패를 예견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독과점적 경쟁 상황으로 만들고 이 시장에 일부 소수의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따라서 규제 당국의 권한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서로 다른 매체 간, 즉 이종 매체 간의 인수합병(M&A)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제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다. 이 시도들은 무산됐다. 올해 기시감이 드는 이유다.


지난해의 경우 불허된 이유가 시장 획정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지리적 시장을 어느 범위로 구획하느냐의 문제가 SK브로드밴드(SKT의 IPTV)의 CJ헬로비전(현재 CJ헬로) M&A를 막은 셈이다. 하지만 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에서 1위인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즉 결합 상품을 통한 시장지배력 전이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경쟁 이동통신사와 유료방송사, 나아가 방송시장의 반발을 의식하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이종 매체 간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를 당해 심의의결서에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의 유사한 사례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당시에 CJ헬로비전이 속한 방송권역 23개 중 해당 기업이 시장점유율 1위인 권역은 17개다. 만약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했다면 1개의 권역에서만 순위가 바뀌어 총 18개에서 합병 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가 된다. 규제 당국인 공정위는 합병 후 1위와 2위 간 격차가 합병 전보다 벌어지는 것이냐를 놓고 경쟁의 제한성을 판단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경쟁이 줄어드는, 즉 독점화가 진행되는 합병을 막는 입장이다. 따라서 23개 권역 내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3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의 결과(효과)로 2위 사업자인 KT군(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합친 것)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느냐인 경우로, 17개는 더 벌어지고, 1개는 순위가 뒤바뀌지만 격차는 더 벌어지며, 나머지 5개 권역만 줄어든다. 권역별로 하나하나 따져서 허가할 것이 아닌 경우라면, 전체적으로 봐서 합병 후 기존의 독과점 구조가 더 심화될 것이 염려된다. 따라서 공정위가 불허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즉 지리적 시장을 방송권역으로 획정하고, 이에 따라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판단이 바뀔 수 있다. 유료방송시장을 포함한 매체시장은 일정한 경계 없이 무한 확장하고 있다.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해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막아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규제시장에서 당국이 손을 놓고만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M&A가 승인된다면, 인수한 회사 또는 합병 회사가 가지게 되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사후 금지 행위의 규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 미치는 부작용, 즉 콘텐츠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연성화가 촉진되는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 역시 강구돼야 할 것이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언론정보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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