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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정치 길 걷는 '미스터 국보법' 朴 그림자 넘어 중도 외연확장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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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검사 엘리트 코스 밟아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서울 출신 보수의 기대주,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 의문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검사 시절 '미스터 국가보안법'으로 통했다. 1987년 한국사회에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뜨거울 무렵, 황 전 총리는 서울지방검찰청 공안1부 검사였다.


이후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공안 전담)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공안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를 국가안보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던 그들, 공안 검사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시절이다. 황 전 총리가 1988년 펴낸 '국가보안법 해설'은 지금도 공안 수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국회도서관에서 황 전 총리와 관련한 책을 찾아보면 정치 현안에 대한 인식이 담긴 내용보다는 '국가보안법(2011년)', '집회·시위법 해설(2009년)' 등 공안 수사와 관련한 책이 더 많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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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한국당 계열 정당에는 '공안통'으로 불렸던 검사 출신 정치인이 많았지만 대선주자 1~2위를 다툴 정도로 정치적인 입지를 다진 인물은 거의 없다. 대부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제1야당 당권을 넘어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황 전 총리는 공안 검사 출신 선배 정치인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보수 정당을 지지기반으로 한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다. 황 전 총리가 '큰 꿈'을 실현하게 된다면 새로운 이력의 소유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황 전 총리의 부친은 황해도 연백군(해주시)이 고향이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피난을 왔다가 서울에 거처를 마련하게 됐다. 부친은 고물상 등으로 생계를 꾸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 고향을 영남으로 아는 사람도 많지만 그는 전형적인 서울 사람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대회'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대회'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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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용산에서 태어나 광성중, 경기고, 성균관대 법대 등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검사의 직업적인 특성상 청주, 홍성, 창원, 성남, 대구, 부산 등 다양한 지역과 인연을 맺었지만 그의 고향은 서울이다.


한국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서울이 고향인 공안검사 출신 인물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되는 셈이다. 반면 대구·경북(TK) 등 확실한 지역적 지지기반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TK에 기반을 둔 한국당 당권 주자들은 이미 황 전 총리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황 전 총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교회에서 진행한 각종 강연 영상은 그에게 무기이자 부담이다. 보수성향의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호감의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다른 종교나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너무 진한 '종교색'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황 전 총리의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담은 영상이 널리 알려진다면 정치적인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황 전 총리는 오차 범위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의 자리까지 오를 정도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인물이다. 보수 지지층 입장에서는 선거 패배의 두려움을 벗어나게 할 구세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당 입당 선언, 당 대표 도전 등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그의 정치적인 주가가 급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의 길'은 이제 시작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을 기회는 없었다. 절제된 언행을 토대로 한 품격 있는 보수의 이미지도 현실 정치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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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은 끊임없는 물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그가 넘어서야 할 벽이다. 황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503)까진 모른다"고 말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황 전 총리가 2월 전대를 넘어 2020년 제1야당의 총선 승리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그가 29일 당권도전을 발표하면서 "무덤에 있어야 할 운동권 철학이 국정을 좌우한다"고 일갈한 것도 핵심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색깔론'은 그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도 있다.


대선주자 지지도가 높을 때는 그의 곁에 사람들이 넘쳐나겠지만 지지율이 빠지고 정치적인 위기를 경험할 경우 견고할 것처럼 보였던 지지기반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 등 좋은 이미지를 토대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인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선의 꿈을 접게 됐는지 복기(復棋)가 필요한 이유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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