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조사 불응때만 부과"…통계청, 과태료 강행 논란
과태료 부과 관련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 중…"시기는 미정"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청장 경질과 신뢰성 논란을 야기했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이번에는 준비 부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변경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사에 불응한 가구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저항이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매달 전국 7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가계동향조사에 불응하는 가구에 대해 소명 기회를 준 뒤 유예 기간과 설득 작업을 거쳐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마련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통계청은 10여개 국가의 해외 사례 조사, 현장 조사를 직접 담당하는 지방청의 의견 수렴, 외부 전문가 의견 취합 등의 과정을 통해 과태료 부과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계조사에 불응한다고 무조건 과태료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조사에 대한 협조 부탁과 설득 과정을 거쳐도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라며 "표본 가구 가운데 대체 가구를 찾기 어렵고 집단 불응을 야기했을 경우에만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답에 더 많은 수고를 들이는 가계부 작성 방식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통계청이 응답에 불응한 가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정작 응답 방식은 개선하지 않았다. 가계동향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다른 통계조사와 비교해 유독 응답률이 낮다. 일례로 실업자ㆍ취업자 등을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응답률이 90%에 달하지만 가계동향조사는 75% 내외에 그친다.
지난해까지 실시된 지출조사의 경우 통계청이 도입한 전자가계부와 가계지출 종이표 중 선택해 조사에 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실시되는 가계동향조사는 응답자가 한 달 동안의 영수증을 일자별로 조사표에 일일이 붙인 뒤 지출 내역을 기입해야 한다. 영수증만 모아두면 조사원이 기입해주기도 하지만, 영수증을 건건이 받고 보유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지출조사를 꺼릴 수밖에 없다. 전자가계부 작성 방식은 통계청이 새로 개발 중이다. 전자가계부가 완성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조사표에 일일이 영수증을 붙이고 기록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합이 지난해 12월7일 늦게 결정되면서 통합 조사를 위한 전자가계부 개발도 늦어졌다"며 "과도기인 현재 간이용 활용 시스템을 전자시스템개발과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통합조사 방침을 먼저 정해놓고 조사 수단에 대한 보완책을 뒤늦게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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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통계마사지' 논란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준비가 미흡한데도 통합 가계동향조사를 강행하는 인식 때문이다.
통계청은 "통계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고소득층 대형아파트의 불응 문제가 반복되면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왔다"며 "응답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5만원 상당의 답례품 가격도 올해 6만5000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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