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취업, 빠른 퇴직…청년 취업난 악순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지난달 모바일게임회사에 첫 직장을 잡은 구모(28)씨는 퇴사를 고민 중이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구씨는 상반기와 하반기 공채에서 모두 쓴 맛을 봤다. 연말, 밀려오는 압박감에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원했던 구씨는 우연찮게 모바일게임회사에 합격했다. 한 해를 넘기기 전 취업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야근에 큰 회의감을 느낀 구씨는 또 다시 ‘취업전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구씨는 "취업을 준비하던 1년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을 더 견딜 수 없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힘겹게 첫 입사에 성공한 청년들이 다시 ‘취업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묻지마 취업’을 했다가 입사 후 취업 반수·재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묻지마 취업’은 연말이면 취업에 대한 압박감에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취업포털 ‘인쿠르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묻지마 입사 지원’을 더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올 상반기 이후 현재까지 입사지원을 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본 설문에서, 54.1%의 응답자는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가 되어 본인의 입사 지원행태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고 답했다.
달라진 점 1위로는 ‘직무를 바꿔서 (본인의 직업적성과 연관성이 적은 직무에도) 지원하게 됐다’(33.1%)는 점이 꼽혔다. 이어서 ‘기업규모를 고려 안하고 지원 중’(28.7%), ‘연봉을 고려 안하고 지원 중’(17.1%), ‘계약형태를 고려 안하고 지원 중’(9.4%)등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묻지마 취업’ 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채용 과정 심화로 이어지고, 다시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 중견 기업 인사 담당자는 “10명을 채용하게 되면 1~2명은 적성 등을 이유로 만 1년이 되기 전에 퇴사를 한다”면서 “이른 시기에 퇴사를 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을 손해로 판단해 더욱 보수적인 채용 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와 맞는 구직자를 찾기 위해서 채용 과정에 심층 면접 등을 추가해 채용과정을 까다롭게 만들었음에도 매년 조기 퇴사자가 나와 기업 입장에선 큰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돈 있어도 아무나 못 누린다"…진짜 '상위 0.1%'...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연말이면 ‘마지막 기회’라는 부담감에 구직자들이 더욱 조급해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숨을 고르고 본인의 직업 적성과 맞는 기업이 어느 기업인지 찬찬히 살펴 소신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11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5~29세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늘어난 9.2%였다. 이전 최고치인 1999년 11월 8.8%를 넘어서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