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친절교육 직원들 불꽃 반응에 지난해 정규직 채용
"친절한 농협유통 기대해주세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고객이 목소리를 높이면 우선 귀를 기울여 들어보세요"
1박2일을 우려낸 사골을 들고 와 환불을 요구하거나, 다 먹고 2개만 남은 사과 박스를 내밀며 "맛없다"고 새 상품으로 교환해달라고 떼 쓰는 손님, 멸치 봉지를 찢어서 매장 직원의 얼굴에 뿌리는 폭력 손님까지 유통매장에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분류되는 손님이 왕왕 찾아온다.
심 강사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CS 강사다. 현재 농협유통에서 직원들의 친절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2013년 처음 농협유통 월례조회에서 친절교육을 진행한 것을 인연으로 직원 현장교육에 투입됐다가 직원들이 불꽃 반응을 보여 지난해 1월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유통분야가 서비스업종인 만큼 직원들의 서비스도 일종의 상품으로 여겨지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일 전략으로 친절교육을 상시 도입한 것이다. 그는 농협하나로마트 매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에게 일대일 코칭을 하고, 신입사원들의 사내교육, 임직원 친절교육을 도맡는다. 매장에서 고객들이 두리번거리면 먼저 다가가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세요?"라고 질문하라는 식이다. 그는 "직원이 말 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원이 살짝 보여주는 관심을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현장교육에선 상황에 따른 고객 응대법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표정이나 시선 처리까지 깨알같이 점검한 뒤 올바른 대응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직원들도 성인인 만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친절의 필요성을 인지해 행동 변화가 일어나면 고객들이 방문할 때 매장 분위기가 한층 밝고 따뜻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든 직원이 교육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초반에 일부 직원들은 '니가 한번 일해봐라'라는 눈빛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현장교육에 나서면서 직원들도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여기고 있다. 심 강사는 "교육이 지속되니 조금씩 변화가 있다"면서 "고객들이 농협유통 직원들이 친절해졌다고 이야기할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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