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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별다줄! 과도한 공공기관 줄임말 "무슨 말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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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아마존(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존)'이 적혀져 있다. (출처=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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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서울에 사는 김가연(33ㆍ여ㆍ가명)씨는 몇 달 전 동네 도로 바닥에 적힌 '아마존'이란 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생뚱맞다고 느꼈지만 주변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우연히 '아마존'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존(Zone)'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씨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말을 쓰면 될 텐데 왜 굳이 만든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기존에 있던 '어린이 보호 구역'보다 한 단계 강화된 형태다. 아마존 구역에는 아이들이 통학하는 시간대에 차량의 통행이 제한되며 방범용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된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달리 정작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만든 아마존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선 '별 걸 다 줄인다'는 말조차 '별다줄'로 줄여 부를 만큼 문장이나 단어의 첫 글자만 따서 부르는 줄임말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역시 이처럼 줄임말 시류에 편승해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의 복지 브랜드인 '따복'은 '따뜻하고 복된'의 줄임말이다. 단어만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고 생소한 단어인 만큼 나이가 많은 어르신은 기억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또 서울시가 에너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에누리 공간'도 '에너지를 나누는 이로운 공간'의 줄임말이다. '값을 깎다'는 의미의 에누리와는 의미가 상통하는 부분이 적고 앞글자만 따서 끼워 맞춘 형태에 불과해 정작 시민들은 어떤 취지를 가진 공간인지 알기 힘들다. 이 외에도 서울시의 인문학 강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왔다)', '부울경(부산ㆍ울산ㆍ경남)' 등 지자체의 줄임말 사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줄임말이 창의성을 언어에 접목해 어려운 단어의 유통을 도와주는 측면에서 장점도 있지만 과도하면 우리말의 뿌리를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가와 지자체는 국어기본법 제4조에 따라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두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유럽의 선진국은 낱말 하나를 만드는데 굉장히 신중하고 많은 공론을 거친다"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누구나 언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한글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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