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출발은 학생…대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잠재력 발굴
창의·상상력 요구되는 시대…교육정상화 학부모도 동참해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 11일 경기도 의정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의 교육감 집무실은 분주했다. 경기도교육청 주관하는 '학생주도형 독서토론 한마당'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학생들이 오는 26일 행사 때 필요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교육감실을 찾았다. 청바지에 노타이, 밝은색 재킷을 걸친 이재정 교육감은 한시간여 촬영을 마친 후 학생 한 명 한 명과 '프리허그'를 하며 정답게 배웅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6월2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격적으로 '야간자율학습 폐지'를 선언했다. 기존의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비인간적·비교육적 제도"라고 비난하며 "내년부터 경기도 내 모든 학교에서 야자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부에선 "오히려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것", "교육 소외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경기도 학생만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등 반대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현재 구체적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취임 직후 학생들을 초청해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학생들이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와 함께 야자 폐지를 제시했다"며 "지난 2년간 교장협의회 등을 통해 도내 2340명이 넘는 교장들을 만나며 이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등 젊은 강사들이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나아가 수업 받은 내용과 성과를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대학입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이 교육감은 "알파고 시대에 맞게 상상력을 키워야 할 학생들이 교실에서 일방적인(주입식) 교육을 받기보다 이처럼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개개인의 호기심과 열정,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우리 입시제도 전반을 변화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대학 인프라가 충분한 경기도에서 시도하지만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온라인 대학강의 '무크(MOOC)'와 연계하면 더 많은 대학, 다른 시도교육청도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교육감은 "교육의 최종 목표가 성적이나 수능이 돼서는 안된다"며 "앞으로는 가야할 길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 그리고 대학이나 학과가 아닌 창의와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학교문화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 또한 학생들이 미래와 꿈을 만들어가는 교육의 필수 선결조건이다. 학교교육의 질과 완성도를 높여 정규교과만 충실히 하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게 '교육 정상화'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학부모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게 이 교육감의 생각이었다.
이 교육감은 "학부모와 교사, 교직원까지 두루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와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교육 발전을 위한 서로의 역할을 잘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학교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며 "학교에 대한 간섭이나 압박이 아닌 학부모가 학교를 만들어가는 참여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직선 2기 후반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게 된 이 교육감은 경기교육 뿐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편성이나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등과 관련해서도 각 시·도교육청의 뜻을 모으고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 교육감은 "영유아 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지원은 꼭 필요한 국가사업이지만 현재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까지 시도교육청이 책임지라는 정부의 요구는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에 의해 학교와 학생, 교육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과 관련해서는 "교육 발전과 역사 교육, 교육자치 정신에 있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담=김동선 사회부장
정리=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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