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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어린이집 종일반…첫 단추 잘못 꿴 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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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육아휴직에서 지난 달 복귀한 직장인 이모씨(35)는 요즘 퇴사 기로에 놓였다. 이씨의 퇴근시간보다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훨씬 빠른 탓에 14개월된 아들이 방과 후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친정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번갈아 상경, 아들의 하원을 돕고있다. 이씨는 퇴근 때까지 아들을 돌볼 보모를 구하고 있다. 그는 "'친절'하게도 어린이집 원장이 아주머니를 구하면 된다고 알려줬다"면서 "어린이집 종일반이 12시간 운영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린이집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원장의 말에 아주머니를 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7월1일부터 어린이집 0~2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맞춤형 보육'을 시작된다. 맞벌이 가정과 아이를 직접 돌볼 여력이 없는 전업주부 자녀는 종일반(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12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전업주부 자녀는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 6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 전업주부 자녀에 대한 무상보육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이용실태를 살펴보면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아이들에게 12시간의 종일반 보육료를 지원하지만, 실제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하루평균 7시간21분이다. 전업주부 자녀의 경우 하루 6시42분 가량만 어린이집에 머문다. 워킹맘 자녀의 이용시간도 8시간15분에 불과하다.

보육현장에서 이용시간이 짧은 전업주부의 자녀를 선호하는 탓에 워킹맘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녀의 하원을 서두르는 것이다. 가정형 어린이집을 비롯해 소규모 민간어린이집에선 당초부터 12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종일반은 없는 셈이다.

문제는 맞춤반에 편입된 전업주부 자녀의 보육료를 깎으면 어린이집 수입이 줄어들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지워하는 보육료는 0세 기준 종일반은 82만5000원지만, 맞춤반은 80%수준인 66만원에 불과하다. 보육현장에선 보육료 수입이 줄어들면 보육교사수를 줄여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원생의 급식비 절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전업주부 자녀를 종일반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허위 원생을 등록하는 등 국고를 챙기기 위한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빈번하게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2012년 무상보육을 도입할 때 12시간 종일반을 기준으로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하루 8시간 위탁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맞벌이 가정의 보육료를 더 지원할 경우 보육현장에서도 보육교사 추가 근무수당이나 보조교사 등을 통해 워킹맘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전업주부가 어린이집에 12시간 아이를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종일반 이용권을 줬다 뺐는 격이어서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맞춤형 보육으로 어린이집의 질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영유아 보육예산을 지난해 3조493억원에서 2조9617억원으로 삭감했다. 하지만 야당이 맞춤형 보육이 예산절감을 위한 꼼수라고 파상공세를 펴면서 보육예산은 전년대비 6% 증가한 3조1065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맞춤형 보육을 도입하면서 전업주부 가운데 구직 중이거나 재학중인 학부모나 임신, 다자녀, 저소득층 자녀들은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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